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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기자 24시] 황교안, 공천혁명으로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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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후보 30%를 여성으로 채울 수 있을까. 그는 내년 총선에서 '큰 짐'을 지게 됐다. 황 대표가 기쁜 마음으로 이 짐을 충실히 떠안는다면, 본래 의도와 관계없이 '공천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당이 지난 15일 당론으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폐지, 의원 정수 10% 삭감, 여성 후보 30% 의무화를 담았다. 한국당은 앞서 13일 의원총회에서 이를 추인했고, 이날 의총에는 원외 인사인 황 대표도 참석했다.

황 대표의 '동의'는 선거법안 통과 여부와 별개로 그가 내년 공천에서 이 기준을 준용할 의무를 지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한국당 선거법 개정안에 동의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민들 사이에 '내가 직접 뽑은 분들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게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긍정했다.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는 기저에는 '당수(黨首)가 그간 후보를 마음대로 꽂아 넣었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이를 인정한 황 대표가 내년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한다면 자기 부정을 하는 셈이다.

후보 30%를 여성으로 추천하는 것은 현행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의무화'로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양성평등 차원에서 고무적이다. 다만 한국당의 그간 행보를 볼 때 진정성에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한국당은 이미 당헌에 '각종 선거(지역구)의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을 30%로 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지역구 여성 후보 추천 비율은 광역의회 12.7%, 기초의회 18.6%에 불과했다.

한국당 선거법안의 목적은 현실화가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 추진 판을 깨기 위함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을 논의하는 와중에 뒤늦게 나 홀로 던진 비례대표 폐지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의도와 관계없이 황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에 마음대로 개입하지 않고 후보 중 30%를 여성으로 내야 할 의무가 생긴 셈이다. 그가 사심 없이 이를 이행한다면 그야말로 공천혁명이다. 황 대표가 내년에 얼마나 실천에 옮길지 지켜볼 일이다.

[정치부 = 이윤식 기자 leeyunsi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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