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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전 세계가 휩싸인 `보잉포비아` 계속 B737 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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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파일럿 도전기-97] 지난 3월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여객기가 에티오피아에서 케냐로 향하던 중 추락했다. 탑승자 중 생존자는 없었으며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추락 여객기 기종은 보잉(Boeing)의 최신작인 '보잉 737맥스(MAX)8'이었다. 이 여객기는 지난해 10월에도 인도네시아에서 추락한 바 있다. 두 사고 모두 이륙한 지 얼마 안돼 추락했다는 점과 기종이 같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불안감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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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B737 MAX의 조종석 /사진=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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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연으로 보기엔 너무나도 닮은 두 사건

2018년 10월 29일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소속 737맥스8이 바다로 추락해 737맥스의 첫 사고를 기록했다. B737맥스의 첫 번째 인명 사고다. 사고기는 불과 사고 두 달 전인 2018년 8월 13일 라이언에어에 인도된 최신작이었다. 승무원을 포함해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곧이어 이 사고를 조사한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보잉이 737맥스 기종의 소프트웨어 결함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경보를 발령했다.

시간이 흘러 2019년 3월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737맥스8 여객기가 추락했다. 해당 항공기는 승객과 승무원 157명을 태우고 아디스아바바를 떠나 나이로비로 향하던 중 이륙 6분 만에 추락했다. 윗문단에 언급된 라이언에어의 사고기와 완전 동일한 모델로, 불과 4개월여 만에 똑같은 새 비행기에서 추락 사고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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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종인 보잉 B737 MAX8의 모습. /사진=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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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항공사와 조종사 과실로 보인다"고 했던 보잉

문제는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고도 상승 불가' '급선회 불가'라는 치명적 두 증상이 동일한 기체의 두 사고에서 모두 나타났다는 점이다. 기체 자체 결함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초 사고 이후 6개월 만에 추락 사고가 동일한 형태로 재발하자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결함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고가 재발하자 보잉도 부랴부랴 오토파일럿시스템 긴급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보잉이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은 아니었다. 라이언에어가 추락한 지 한 달여 후인 2018년 12월 초 보잉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의 원인을 라이언에어의 관리 부실과 조종사의 대응 실패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고 나서 3월 에티오피아항공 302편이 추락하기 전까지 라이언에어와 보잉은 서로를 비난하면서 대립해왔다.

하지만 사고로부터 6개월이 채 넘어가기 전에 완벽하게 똑같은 기종에 같은 상황을 겪은 에티오피아 항공기가 다시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보잉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고, 전 세계가 '보잉포비아'에 사로잡히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당연히 라이언에어는 선주문했던 220억달러(약 24조9100억원)어치의 보잉 737맥스 188대분을 취소했고, 유족들도 보잉을 상대로 5000억원 규모 소송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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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오피아 항공의 B737 MAX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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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엇이 문제일까? 계속 타도 될까?

이해는 간다. 보잉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회사 명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순순히 기체 결함을 인정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죽은 이는 말이 없기 때문에 조종사 개인 과실로 책임을 돌리는 것에 강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쨌든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고 보통 사고 리포트가 나오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소요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두고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B737맥스가 이전 737들과 다른 점은 고출력·고효율 신형 엔진 장착으로 엔진 직경이 커져 엔진을 더 앞으로 내밀어 장착하는 등 엔진의 위치가 변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륙 시 엔진 때문에 엔진 장착 부위 날개에 유입되는 공기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고 그래서 그런지 실속(추락 속도) 방지 장치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려운 말은 전부 빼내고 쉽게 말하자면 기존에는 조종간을 흔들든지, 경고음을 울려 조종사가 조작했지만 맥스는 이걸 조종사가 아닌 컴퓨터가 하도록 세팅돼 있었고 무슨 이유로 인해 이게 오작동해서 추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앞선 라이언에어의 경우 항공기록장치(FDR)를 분석해보니 무슨 이유로 인해 비행기 기수를 갑자기 아래로 내리려는 컴퓨터와 당황해서 고도를 다시 회복하려는 조종사가 사투를 벌였고 끝내 비행기가 완전히 뒤집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에디오피아항공편 추락 사고 이후 보잉의 주가가 계속 폭락하면서 약 30조원이 증발하고, 1분기에만 5억달러(약 6000억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긴 하지만 이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신경 쓸 문제는 아니고, 현재 보잉은 '안전성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비행 조종 시스템, 조종석 화면, 항공 승무원 교육 등을 포함한 기체 소프트웨어 개량 작업을 수주일 내로 모든 737맥스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만약 기체 결함 문제가 있다면 이 실속 방지 장치의 소프트웨어 문제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크다. 하지만 워낙 항공이 복잡하고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게 주원인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른다. 정확한 원인은 현재 계속 조사 중이니 추후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확실한 건 현재까지 거의 지구상 모든 나라에서 이 기종 운항을 금지했기 때문에 같은 원인의 추가적인 사고는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lying J/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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