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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국민연금, 현대차 안건에 '찬성'…엘리엇 견제 힘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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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세종=민동훈 기자, 이건희 기자] [수탁자책임위, 현대차·현대모비스 주총 회사측 안건에 모두 찬성…효성에 대해서는 일부 안건 반대 ]

머니투데이

국민연금이 오는 22일 열리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주주총회(주총)에서 회사 측 입장에 서기로 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 모두 반대하고, 회사측 의견에 모두 찬성키로 했다.

앞서 유수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엘리엇 안에 반대 의견을 낸 데 이어 국민연금까지 이 같은 방침을 밝히고 나섬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회사 측 승리가 우세해졌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책임위) 주주권행사 분과위원들은 14일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수탁자책임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자문기구로, 민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회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제17조의3 제5항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수탁자책임위에 결정을 요청해 이뤄졌다. 해당 운용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국민연금에서 하되 의결권 행사의 찬성이나 반대, 주주권 행사의 이행 여부 등을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에 대해서는 기금운용본부의 분석 등을 거쳐 수탁자책임위에서 결정할 수 있다.

수탁자책임위 한 위원은 "국민연금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해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 일부 기업에 대해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해 관련 심의를 진행했다"며 "기업별, 안건별로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수탁자책임위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의 제안에 모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사측이 제안한 안건은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배당) 승인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정몽구·정의선 사내이사 재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선임의 건 등이다.

반면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현대차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 등 총 7조원에 육박하는 배당을 요구했다.

또 현대차의 사외이사로 수소연료전지를 개발·생산 및 판매하는 발라드파워스시템의 로버트 랜달 맥귄 회장을,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로는 중국 전기차 업체 카르마 오토모티브의 로버트 알렌 크루즈 CTO(최고기술경영자)의 선임을 요구했다. 수탁자책임위는 엘리엇의 이같은 주주제안에 찬성할 경우 이해상충, 기술유출 등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수탁자책임위의 이날 결정으로 엘리엇과 갈등을 빚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유수의 의결권 자문사들에 더해 든든한 주총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앞서 13일에는 국내 대표 의결권 자문기관인 기업지배구조원이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회사측 제안에 모두 찬성, 엘리엇 제안은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현금배당 안건에 대해서는 회사측 안에 찬성, 엘리엇 안에 '불행사'를 권고하며 실질적으로 회사측 안을 추천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현대차와 동일하게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회사측 안에 모두 찬성하고, 엘리엇 제안에 모두 반대했다.

12일에는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엘리엇의 현금배당 제안이 과도하다며 대규모 배당보다 장기 성장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도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배당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며 회사측 손을 들어줬다.

한편, 수탁자책임위는 이날 회의에서 오는 15일에 각각 주총을 여는 기아자동차와 효성의 주총 안건에 대해서도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정의선, 박한우 등 현 사내이사의 재선임 안건에는 찬성했지만, 남상구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를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각각 재선임하는 건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남 교수가 지난 2014년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매입할 때 사외이사로서 감시의무를 소홀히했다는 이유에서다.

효성에 대해서는 손병두(삼성경제연구소 상근 고문), 박태호(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 등 현 사외이사의 재선임과 최중경(공인회계사회장)현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이들 후보가 효성의 분식회계 발생 당시 사외이사로서 감시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효성은 2013년 5월 세무조사에서 조석래 회장 등이 분식회계, 조세포탈, 횡령, 배임 등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신아름 기자 peut@,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이건희 기자 kunhe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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