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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미군이 조폭이냐” 미 장군들 ‘미군 주둔 비용 150%’ 반발 이유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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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군 프리미엄 50%' / "미국 국익 저해할 것" 비판

세계일보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이 있는 국가에 ‘주둔 비용 100%·미군 프리미엄 50%’의 방식을 적용해 해외 주둔 미군 분담금 협상을 하겠다고 한 발언이 알려진 뒤 미국에서도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 ‘디펜스 원’(Defense One)은 “백악관의 ‘주둔 비용·50’ 방안이 ‘중대한 실책’이거나 ‘완전한 백치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예비역 장성과 전 미군 사령관 및 안보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조폭의 갈취행위’(protection racket) 또는 ‘금품 강요’(extortion)라고 했다고 전했다. 프로텍션 래킷은 폭력배가 상점, 가게 등을 보호해주면서 돈을 뜯어내는 것을 뜻한다. 디펜스 원은 ‘비판론자들이 트럼프의 ‘조폭 갈취행위’ 제안을 완전한 백치 주장이라고 비판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직 미군 사령관들이 미국의 동맹국에 주둔 비용 150%를 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미국의 국익을 저해할 뿐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흔들리는 국제 질서

디펜스 원은 “이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협상하면서 미국이 내는 안보 비용을 핵심 교섭용 재료(bargain chip)로 활용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뻔뻔하고, 비외교적인 협상 스타일로 미·일 동맹, 미국-유럽 관계 등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고, 정치에서 벗어나 군 통수권자에게 복종하려는 미군 지도자들의 의지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과거에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이제 글로벌 안보 비용 문제가 트럼프 정부 임기 내내 최고 현안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디펜스 원은 “이번 제안이 지난 세기의 국제 질서를 완전히 뒤엎는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라고 요구했을 당시에 비판론자들이 그렇게 하면 미국과 유럽 동맹이 깨질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그렇지만 미국이 이제 집단 안보를 인질로 삼아 ‘프리미엄’ 상납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나토의 결의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글로벌 안보라는 짐을 벗어 던지려면 영향력과 지도력도 함께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미국 정부가 지난주에 한국과 새로운 주한미군 주둔 비용 협정을 체결했고, 한국은 올해 분담 비용을 전년보다 8% 이상 올렸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미국 정부가 이번에 거론한 ‘주둔 비용·50’ 방식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것으로 이것은 조폭의 갈취행위나 금품 강요에 비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장군들의 분노

유럽 주둔 육군 사령관 출신의 3성 장군(예비역) 벤 호드스는 이 매체에 “이것은 정말로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유럽에 미군이 주둔하는 데 따른 접근권의 가치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를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호드스 사령관은 “미군이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주둔하면서 미국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면서 ”해외 주둔 미군은 미군 본토 방위를 위해서도 긴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이나 아프리카에 있는 미군 기지가 독일 방어를 위해 있다기보다 이것은 미국 안보를 지키는 전진 기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호드스 예비역 중장은 “유럽, 캐나다, 호주, 일본, 한국 등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이 필요한데 왜 이들 동맹국 때리기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유럽 주둔 전 육군 사령관을 지낸 마크 허틀링 예비역 중장도 트위터를 통해 “그것은 완전한 무지의 소치이고, 무지한 자들만이 그 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댄 샤피로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요구는 유럽에 있는 미군 기지를 조폭이 갈취 대상으로 삼는 관할 지구 취급하는 것이고, 유럽 국가들이 이 요구를 거절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바라던 대로 나토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구실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든 트로브리지 전 국방부 대변인은 “이것은 자멸적인 조치이고, 미국의 가치에 반한다”고 했다. 칼 레빈 상원의원(민주, 미시간)은 “우리가 해외에 미군을 주둔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이다”면서 “그것은 바로 미국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을 역임한 레빈 상원의원은 “미군은 조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줄리 스미스 전 조 바이든 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끔찍한 아이디어로 맞불이 일어날 것이고, 미국은 덜 안전하고, 더 신뢰를 잃으며 글로벌 영향력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미국이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선의로 해외에 미군을 주둔하고 있는 게 아니고, 미국의 이익이 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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