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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르노삼성 임단협 결렬···제2의 GM사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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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로그 후속물량 확보 불투명

가동률 저하땐 구조조정 불가피

美관세폭탄 땐 현지생산 가능성

부산 협력업체 연쇄피해 불가피

서울경제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본사인 르노그룹이 ‘데드라인’으로 산정한 지난 8일까지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하지 못했다. 르노 본사의 내년도 글로벌 생산물량 배분에서 르노삼성차가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르노삼성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가동률 저하로 군산공장의 문을 닫은 한국GM과 같은 길을 걷게 된다.

10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8일 오후2시부터 자정까지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8일은 르노 본사가 노사 협상의 마무리 시한으로 정한 날이다. 앞서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이 부산공장을 방문해 “파업을 멈추지 않으면 후속 물량을 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는 지난달 26일 부산공장에서 노조 집행부와 만나 후속 물량 배정 등 경영 일정상 임단협 협상을 8일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최후 통첩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지난달부터 내년 글로벌 생산물량 배분을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 중이다. 글로벌 생산기지들이 신규 생산물량을 따내려면 르노삼성도 당장 본사 측에 사업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임단협 타결을 못해 제안을 못하고 있다.

노조는 전일 사측이 기존 1인당 기본급 유지 보상금에 더해 임단협 타결을 통한 물량 확보 격려금 100만원 지급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 사측에 따르면 부산공장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매년 2~3%씩 올라 2017년 기준으로 7,800만원에 달해 5년 전과 비교해 20% 상승했다. 시간당 임금 수준은 닛산 규슈공장보다 높아져 현재 얼라이언스의 46개 공장 가운데 3위까지 올랐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설립 이래 가장 많은 사십이 차례, 160시간에 걸친 부분 파업을 벌였고 1,700억원 이상 생산차질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사측은 집계했다

협상 타결 실패는 오는 9월로 예정된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이 일본과 유럽·한국에 자동차 관세 폭탄을 안길 경우 파장은 더 커진다. 카를로스 곤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후 르노그룹에서 닛산의 목소리가 커졌다. 르노삼성이 생산하는 닛산 로그는 미국으로 수출된다. 관세 폭탄을 맞으면 한국도 일본도 아닌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르노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법인의 상반기 기준 지역별 판매에서 르노삼성(-26.9%)만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주요지역 가운데 아프리카(-4.5%) 외에는 한국이 유일하다. 사측은 이런 가운데 생산비용마저 올라가면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의 협력업체 등에도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 르노삼성 협력업체는 전국적으로 260개사에 달하며, 부산과 경남에 있는 1차 협력업체에만 1만2,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부산·경남 협력사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르노삼성의 생산 감소와 불안정한 가동으로 공장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졌고 1,100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구경우·박시진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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