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2편] 절대 추측 말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예측과 추측은 다른 의미다. 예측의 의미는 ‘미리 헤아려 짐작하는 것’이다. 사실관계나 상황 정보분석을 기반으로 한다는 느낌을 준다. 미리 사실관계나 상황 정보를 살펴 구체성을 가지고 짐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추측의 의미는 ‘미루어 생각하여 헤아리는 것’을 의미한다. 미루어 생각한다는 의미에 중심이 있다. 미래의 일에 대한 상상이나, 과거나 현재의 일에 대한 불확실한 판단을 표현하는 일을 의미한다. 상상이나 불확실 한 판단이 그 중심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종종 위기관리팀 조차 한치 앞도 캄캄해 보이는 경험을 한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추가된다.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움직임이 서로 얽히고 충돌하면서 또 다른 상황이 이어 발생된다. 혼란은 커져 가고, 불확실성은 시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경영진을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팀이 앞으로 전개 될 상황에 대해 예측하는 가 또는 추측하는 가에 따라 위기관리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측은 경험 있는 내부 전문가들과 외부에서 협업하는 컨설턴트들이 중의를 모아 향후 상황을 정리해야 가능하다.

일단 상당히 많은 수의 유사 사례들에 대한 전반적 프로세스 분석이 그 기틀이 된다. 이미 유사한 유형의 위기를 경험했던 다양한 기업의 사례들이 우선이다. 그들 각각이 따라야 했던 상황 변화와 프로세스들이 정리되어 자사의 상황에 연결된다. 그렇게 되면 현 상황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우선순위나 새로운 변화와 취약 부분을 미리 도출해 내는 예측이 가능해 진다.

예를 들어 어떤 사회적 문제가 갑자기 불거져 언론과 온라인에서의 반향이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위기관리팀이 불타는 외부 언론과 온라인 여론을 분석하고 있기만 해서는 다음 단계의 상황 변화를 예측하기란 힘들다. 지금의 상황은 그 다음 상황을 이끈다. 그렇지만 현 상황을 주목하기만 해서는 다가올 다음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 여러 내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유사 위기 사례들을 기반으로 향후 하루 이틀 중 어떤 상황이 새롭게 발생될지 예측하게 된다. 상당히 극단적이고 민감한 이슈라서 언론과 온라인이 뜨겁다. 여론 방향을 보니 법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경찰이나 검찰의 책임이나 방관론을 제기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상적인 위기관리팀이라면 조만간 경찰이나 검찰에서 모종의 적극적 행동을 취해 올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게 된다. 법무와 대관 부서가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로펌과 컨설턴트들의 조언을 들으니 그 논란으로 인한 압수수색과 그 범위 대상 등이 어느 정도 예측 된다. 당연히 자사에서 취할 수 있는 대비나 대응이 예측에 기반해 진행된다.

이런 예측이 상황별로 시시각각 업데이트 되어야 제대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상상변화에 따라 전혀 예상 못한 상태에서 낯선 상황을 맞기만 하는 기업들은 똑 같은 상황에서 예측보다 추측을 하는 경향이 있다.

추측에 기반해 정보 보고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기업에서는 이런 표현이 사용된다. “(알아보니) …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까지는 (상황이) 안 갈 꺼 라고 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하라 하더군요.” 이 표현들을 보면 대부분 제3자 의견을 빌려 자신이 각색 해 보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원래 화자들이 위기관리팀 내부에 조인 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그들 스스로도 구체적인 확신이 없다는 의미다. 위기관리 담당자 스스로도 정확한 확신 대신 일종의 바램을 가지고 이야기를 옮겨 각색한다. 말 그대로 추측만 하는 것이다. 아마 이럴 것이다. 이럴 것으로 보인다. 이랬으면 좋겠는데 잘 되지 않겠나? 이게 전부다.

추측을 기반으로 해 위기에 대비하고 대응을 준비하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다. 추측은 추측으로 끝나고 실제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다가온다. 반면 예측은 추측이라 해도 하나 하나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 후 만들어 진다. 일부 경영진이 추측 하더라도 그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통하게 되면 ‘발생 가능성이 없다.’ ‘크지 않다.’ ‘발생하더라도 이렇게 대응할 수 있다’는 답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정확한 예측은 위기 시 혼란과 혼동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변수를 최소화 하고 통제가능 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가려 낸다. 시간에 기반한 타임라인도 수립 가능하다. 당장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상황이 펼쳐 질 것인지에 대한 생생한 그림을 제시해 준다. 경험과 케이스 분석을 통한 로드맵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대신 추측에만 익숙한 기업은 로드맵 대신 소원을 빈다. 샤머니즘 같은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