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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장기 파업’ 르노삼성차,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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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 싸고 5개월째 부분파업…공장 가동률 75%까지 하락

생산비 더 올라 ‘닛산 로그’ 물량 다른 곳 배정 땐 생존 치명타

사측 8일 전까지 타협 촉구, 노조선 공동투쟁 추진…해법 안 보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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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장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수출로 버티고 있는 르노삼성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018년 임금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임금 인상 문제로 사측과 대립, 지난해 10월 초부터 5개월째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장 가동률은 75.5%까지 떨어지고 1만대 가까운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2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파업이 지속될 경우 르노삼성차의 ‘명줄’을 쥐고 있는 닛산 ‘로그’ 미국 수출 물량의 다른 생산기지 배정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 파업 주요 목적은 임금 인상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파업의 핵심 이슈는 ‘임금 인상’이다. 사측은 2018년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생산성격려금 350%, 초과이익분배금 선지급 300만원 등 최대 14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원, 2교대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기본급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생산직 노동자 평균 임금은 2017년 기준 7800만원(최저 6600만원, 최고 1억1000만원) 정도로 8000만원에 가깝다. 노조는 특히 현 급여 체계로는 조합원 일부의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미달되므로 기본급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이 ‘명분’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 협상을 타결할 경우 사측은 당초 제시한 금액의 2배에 이르는 2500만원 안팎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기본급 인상을 받아들일 경우 임금 지급액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지만 고정비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해 오는 9월 종료되는 닛산 로그 대체 물량 수주에 실패할 가능성을 더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공장에서 생산한 닛산 로그는 르노삼성차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49.7%를 차지했다. 2017년 르노삼성차는 4000억원가량 영업이익을 남겼는데, 이 중 절반인 2000억원이 로그 생산으로 얻은 이익이다. 나머지 2000억원도 로그 생산에 따른 고정비 절감으로 발생한 이익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로그 대체 수출 물량은 르노삼성차에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로그 대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2교대에서 1교대제로 전환해야 하고, 900명가량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 수출 물량 따지 못하면 생존에 치명타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부산공장 인건비는 이미 르노그룹에 속한 전 세계 생산기지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닛산 로그의 부산공장 위탁 생산이 결정된 2013년 닛산 규슈공장은 부산공장보다 시간당 생산비용이 20%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부산공장이 규슈공장보다 생산비가 20%가량 높다고 한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르노삼성차의 임금인상률은 2.7%까지 높아졌지만 규슈공장은 1% 미만으로 유지된 탓이다. 엔화 대비 원화가치가 15% 이상 상승한 이유도 있다. 생산비용만으로 따지면 지금도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에 물량을 배정할 이유가 많지 않은 셈이다.

부산지역 한 업계 관계자는 “2013년 규슈공장에서 로그 물량을 갖고 올 때는 카를로스 곤 회장과 프랑수아 프로브 한국 사장 등 르노 본사 인맥이 부산공장에 우호적인 역할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르노와 닛산의 관계가 악화된 현 상황에서 높아진 생산비용은 닛산 규슈공장이 다시 물량을 회수해가는 명분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드 로스 모조스 르노 부회장이 지난달 21일 부산공장을 방문, 부산공장 생산비용이 더 올라갈 경우 미래 차종 개발이나 생산 물량 배정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도 지난달 26일 노조 집행부와 만나 오는 8일 이전까지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해야 수출 물량 배정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측의 이 같은 입장과 달리 노조는 민주노총·금속노조와 대규모 공동집회, 조합원 교육, 대국민 선전전 등 확대 공동투쟁을 펼치기로 해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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