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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교황, 北서 공식 초청 땐 방문 가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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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대주교, 바티칸서 회견 / “교황청도 북·미정상회담 주시”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 “예수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99마리의 양을 남겨놓고 길을 떠난 것처럼 소수의 신자라도 격려하고 신앙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교황이 북한에 갈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에서 언론과 만나 북한에 가톨릭 신자가 없는데 교황의 사목 방문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몇 명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북한에 상당수의 신자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평양의 장충성당에 교황 바오로 2세에게서 선물받은 ‘성작’(미사 제구의 하나로, 포도주를 담는 잔)을 소중히 간직하고 세례 대장도 갖추고 있다고 하고, 일요일마다 신자가 모여 공소예절(가톨릭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지역에서 성찬의 전례를 빼고 하는 미사 형식)을 진행하는 등 가톨릭 전통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천주교광주대교구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 뉴시스


김 대주교는 최근 전 세계에서 불거진 가톨릭 내 독신서약 위반 및 성폭력 문제로 교황청에서 회의가 소집돼 바티칸을 방문하게 됐지만 공교롭게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교황청을 방문한 셈이 됐다.

김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교황은 북한에서 공식 초청장이 오면 북한에 갈 수 있다고 했다”며 “이런저런 해석을 붙이지 말고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의 의지만 있으면 올해 내로 북한을 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라며 교황청 관계자들도 2차 정상회담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여건이 무르익어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면 교황은 그때부터 방북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공산화 이후 수십년간 가톨릭과 갈등을 빚은 베트남은 교황 베네딕토 16세 재위시절인 2010년 교황청의 베트남 대표 임명에 합의해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바 있다. 김 대주교는 이번 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리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혁·개방의 모델로서뿐 아니라 교황청과의 관계라는 외교적 측면에서도 베트남 모델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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