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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강남 서울대 입학, 강북 21배···'SKY캐슬'은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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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드라마 SKY캐슬이 종영 후에도 이슈다. 스카이캐슬 속 집집마다 특색있는 인테리어는 물론 자동차·안마의자·청소기 등 소품까지 눈길을 끈다.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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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의 숫자로 읽는 경제]
"이 피라미드 꼭대기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부모를 잘 만나야 해요"

지난 1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의사 우양우(조재윤)와 그의 아내 진진희(오나라)가 아들 우수한(이유진)과 나눈 대화다. 더러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지만, 상위 0.1% 부유층이 모여 사는 스카이캐슬에 등장하는 자녀들은 대체로 공부를 잘한다. 입시 코디를 동원한 강예서(김혜윤)든 '참교육'을 받았던 황우주(찬희)든 마찬가지다.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이 그대로 대물림되는 현실을 스카이캐슬이란 공간을 통해 그렸다.

스카이캐슬은 현실엔 없는 가상 공간일 뿐일까. 가정환경과 소득 양극화 간 상관관계는 경제학계의 오랜 연구 대상이었다. 부모의 소득·교육 수준이 자녀의 교육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지수와 모형을 통해 증명한 연구 결과도 잇따른다.

서울대 경제학부 주병기 교수는 지난 14일 한국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부모의 학력·소득 수준과 자녀의 성공(수능 고득점, 고소득 획득) 여부를 측정한 '개천용지수(기회불평등지수)'를 소개했다.

이 지수는 '용'이 된 상위층 중 '개천' 출신자들의 비율(N)과 상위층과 하위층 모두를 포함한 전체 집단에서 '개천' 출신자들의 비율(Q)을 따져 구한다. 가령 개천 출신자들이 모두 용이 됐다면 N과 Q의 값은 같아진다. 반대로 용이 된 계층에서 개천 출신자들이 아예 없다면 N은 0이 된다.

이를 지수화(1-N/Q)하면 개천용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상위층에 개천 출신자가 전혀 없는 '완전 불평등' 상태를 의미한다. 반대로 이 지수가 0에 가까워지면 전체 개천 출신자 모두가 상위층이 된 '완전 기회 평등' 상태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개천용지수가 클수록 개천에서 용 나올 확률은 낮아진다. 개천용지수가 0.5라는 의미는 개천에서 태어난 능력자 10명 중 5명이 기회 불평등으로 인해 실패한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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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독서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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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학력 낮은 자녀, 소득 상위 10% 진입 못할 확률↑
이 지수를 구하는 공식에 소득 상위 10%에 진입하는 것을 '용'이 되는 것으로, 부모 학력이 가장 낮은 집단 출신자를 '개천 출신자'로 치환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주 교수 연구에 따르면, 부모 학력이 가장 낮은 집단(중졸 이하) 출신자가 소득 상위 10%에 진입하지 못할 확률은 2000년대 초반 20% 안팎에서 2013년에는 30% 안팎으로 10%포인트가량 올랐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부모 학력·소득과 수능 성적을 대입해 구한 '개천용지수'도 부모 학력·소득이 낮을수록 고득점 실패 확률이 커지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외국어영역은 이 지수가 0.7로 10명 중 기회 불평등으로 인해 7명이 고득점 획득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은 0.6, 국어가 0.5다.

외국어의 경우 저학력·저소득 가구의 경우 해외 경험이나 외국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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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1분위(하위 20% 이하)와 5분위(상위 20% 이상)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감률.[자료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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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학생은 힘들어…서울 강남구 서울대 합격률 강북의 21배
대학 입시에 농어촌 특례 전형을 마련했다곤 하지만, 농어촌과 도시 간 기회 불평등도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서울이라도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동네에서 자란 학생들의 서울대 합력률이 더욱 높았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14년 서울대 합격률은 강남구가 강북구의 21배에 달했다. 스카이캐슬과 같은 모습은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각종 실증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기회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그동안 한국의 고도성장 동력이었던 '교육열'이 사그라지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한국 경제 고도성장 원동력이었던 평등한 기회, 높은 교육열, 양질의 인적 자본이 파괴되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위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소득 불평등 해소, 섣불리 개입하면 부작용…교육 투자 늘려야"
소득 격차에 따른 기회 불평등이 심화하면, 정치권은 섣부른 국가 개입을 요구하게 된다. 일자리 감소나 자영업자 폐업, 양극화 확대 가능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이 추진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학자들은 기회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은 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정부 역할은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에서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 불평등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정책보다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불평등도 해결하고 경제 성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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