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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NOW] 수강신청도 "문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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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시간강사 줄이며 문과 강의 대폭 줄여

"꼭 들어야할 전공 못들어… 졸업 못할 판" 호소

고려대 경영대는 오는 3월 시작하는 1학기 학부 전공 강의를 지난해 138개에서 올해 118개로 20개 줄였다. 학교의 강의 조정 방침에 따라 여러 반으로 나눠 진행됐던 강의를 통폐합했기 때문이다. 고려대 경영대 3학년 이진용(26)씨는 "강좌 수가 줄어 얼마 전 수강신청 때 전공 과목 3개를 신청 못 했다"고 말했다.

대학이 1학기 강좌 수를 줄이면서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8월 시행되는 시간강사법에 따라 강사도 최대 3년간 임용을 보장하게 되자 대학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강의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교수보다 강사 비율이 높은 문과 전공 강의가 많이 줄었다. 문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조적으로 "수강 신청도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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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대 등 전공 강의 개수가 줄어든 인문계 단과대학과 달리 고려대 공대는 올 1학기 강의를 작년보다 8개 늘렸다. 본지가 서울 지역 대학의 학부 강의 숫자를 비교해 보니 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했다. 성균관대 공대는 1학기 강의 수가 늘어난 반면, 경제대학 강의는 작년보다 11개 줄었다. 연세대 경영대는 전공 강의가 작년보다 13개 줄었지만 공대에서는 2개만 감소했다. 경희대 정경(政經)대는 올 1학기 강의를 작년 대비 51개 줄였지만 같은 대학 공대는 20개 줄였다.

교육부 대학 공시(公示)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고려대 비전임교원의 강의 담당 비율은 문과대가 48.4%이지만 공대는 17.1%였다. 경희대에서도 문과대(24.5%)와 공대(3.01%)가 큰 차이를 보였다. 강사에게 강의를 맡겨 온 문과 계열 단과대학들이 강의 구조조정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이다.

고려대 정경대 4학년 최모(23)씨는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 중 몇 개가 강사법 영향으로 없어졌다"고 했다. 일부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졸업하려면 ○○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수강 신청을 못 했다"며 수강을 양보하면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주겠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고려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습권 침해를 해결하라"는 시위도 열렸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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