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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똑같은 실형인데…전병헌·김관진 법정구속 안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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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우려' 없다 판단…김경수·안희정과 달라

대원칙은 무죄 추정·불구속 재판…"방어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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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2019.2.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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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에서 구속되지 않은 피고인을 두고 '혐의가 무겁고 범죄가 소명됐는데 왜 불구속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구속할 사유가 없다면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올바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전날(21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61)에게 징역 5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70)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에서 구속하진 않았다.

일반적인 사건에선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될 경우 그 즉시 법정구속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법원은 전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의 경우 법에서 정한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우리 법률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에 대해 그 사유를 엄격하게 규정한다.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피고인을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무분별한 구속의 남발로 상당수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던 아픈 기억도 있다.

이 때문에 형사 절차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구속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피고인은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는 게 우리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이다. 형사소송법은 '일정한 주거가 없을 경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을 경우', '도망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 한해 구속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일정한 주거가 없는 피고인은 드물기에, 현실적으로는 '증거인멸 우려'와 '도망의 염려' 등 두 가지로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1심·2심에서 징역 20년이든 30년이든 대단히 무거운 형을 선고받는다고 해도, 원칙적으로는 이런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구속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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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2019.2.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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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건 피고인이 도주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에 잘 알려진 피고인의 경우에는 도망하더라도 누군가 알아 볼 가능성이 높아 이 사유로 구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죄를 다투는 유명 인사는 도망할 경우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에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 실형을 선고받은 전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의 운명은 '증거인멸'에 대한 판단에서 갈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해당 판결에 대해 "두 명 모두 '당장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으니 구속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 외에는 불구속으로 결정한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전 수석의 경우 재판부는 구속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1심의 결론에 대해 항소해 다퉈보려는 지점이 재판부 입장에서도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풀어주더라도 재판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끝까지 다툴 기회를 줘 보고, 만약 징역형이 확정되면 그때 가서 구속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김 전 장관의 경우 2017년 11월 '구속은 부당하다'고 한 차례 판단받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전 장관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구속적부심을 신청했고 결국 풀려났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했지만, 당시부터 지금까지 증거인멸에 대해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다고 보고 구속적부심의 판단을 수용했다는 해석이다.

반면 이들보다 더 낮은 형량을 받고도 이 대목에서 걸려 구속된 유명 인사도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증거인멸' 우려로 법정구속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후 증거인멸과 범행의 중대성, 피해자에 대한 접근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범죄가 입증돼 실형을 선고받으면 구속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대원칙을 뛰어넘을 순 없다"며 "국민의 법 감정도 중요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쪽이 국민 편익이 더 크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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