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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뉴스 TALK] "産銀에도 책임 있는데 현대상선 사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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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았으니 고민 끝에 결국 사표를 던진 걸로 보입니다."

21일 현대상선 직원들 분위기는 침통했습니다. 전날 30여 년 현대상선을 지킨 '해운 베테랑' 유창근 사장이 "3월 말 주총에서 물러나겠다"고 깜짝 발표한 데 따른 충격 때문입니다.

유 사장은 임기를 2년 남기고 사퇴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지난 2년 반 동안 현대상선 재건을 위한 기초를 닦은 것으로 판단한다. 현대상선의 새로운 도약은 새 CEO(최고경영자)의 지휘 아래 이뤄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는 메시지만 임직원들에게 보냈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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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유 사장의 사퇴 배경으로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압력을 꼽고 있습니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작년 11월 기자들에게 "현대상선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 퇴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상선에 대한 감사에서 일부 해외지점 직원이 평일 골프를 치는 등 업무추진비를 부정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자 공개적으로 경고한 겁니다.

현대상선의 경영난도 심각합니다. 작년 4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에다 작년에만 영업손실이 5765억원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적 악화의 책임을 유 사장에게만 지우는 모양새에 대해 적잖은 비판이 나옵니다.

작년엔 유가 상승에다 업황 악화가 이어지는 등 경영 환경이 나빴습니다. 게다가 글로벌 선사들은 덩치를 키워 해운 단가 인하를 주도하며 현대상선 등 중하위권 선사들을 고사(枯死)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상선 위기의 본질에는 해운업 구조조정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책 탓이 가장 큽니다. 2016년 해운업 구조조정 당시 정부는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을 살리는 대신 세계 15위였던 현대상선 회생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2조원을 지원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시 '기형적' 구조조정을 주도한 건 금융위원회였고, 이를 뒷받침한 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입니다. 지금도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5명의 경영지원단을 상주시키고, 모든 자금 흐름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현대상선 내에선 "산은이 대주주로서 강한 통제력을 행사하면서도 실적이 악화되니까 유 사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현대상선 못지않게 산은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최현묵 기자(sean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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