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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휴대전화 ‘음어 유통’ 여전히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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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불법판매 실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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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 ‘번이’, 공짜구매 ‘몸만’

현금 의미하는 ‘번길’·‘재고’ 등

네이버 밴드·카톡 단톡방 통해

단속 피하려고 음어로 호객행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번이~ 노트9 #)중반, G7 몸만.”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암호 문구 같은 이 표현은 새로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통신사를 변경하는 ‘번호이동’을 하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은 34만~36만원에, LG전자 ‘G7’은 공짜로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 카페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어로 휴대전화 판매와 관련한 일종의 호객 행위다.

휴대전화 판매는 비공개로 개설된 다음 카페나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서도 암암리에 이뤼지고 있다. 이곳에선 불법 보조금이 횡행하기 때문에 판매를 유인하는 과정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음어로 소통한다. 예를 들면 ‘!’는 ‘1’을, ‘@’는 ‘2’를, ‘#’은 ‘3’을, ‘(’는 ‘9’를, ‘)’는 ‘0’을 뜻한다. 컴퓨터 키보드 자판에서 해당 숫자와 함께 시프트 키를 누르면 나오는 기호와 숫자의 의미를 등치시킨 것이다. 또 ‘몸만’은 ‘공짜’, ‘초반’은 ‘1~3’, ‘중반’은 ‘4~6’, ‘후반’은 ‘7~9’를 뜻한다. “아이폰XS ()중반”은 아이폰XS를 94만~96만원에 판매한다는 의미다.

현금 결제를 하면 구매비용은 더 내려간다. “아이폰XS 256기가(GB) 75번길”은 현금을 낼 경우 이 제품을 75만원에 살 수 있다는 말이다. 통신사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된 같은 기종의 단말대금은 148만원 안팎으로 이보다 훨씬 저렴하다. “갤럭시S8 64G(B) *재고 -10대*”는 기기 구입 시 10만원의 ‘페이백’을 해준다는 뜻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번길’이나 ‘재고’라는 단어가 현금을 의미한다.

정부는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파파라치 제도’를 운영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 업무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위탁해 포상금까지 지급한다. 협회가 공개한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 신고 및 포상 건수’를 보면, 제도 도입 첫해인 2015년 포상건수는 3127건으로 58억여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지난해는 포상건수와 지급액이 각각 686건, 13억여원으로 크게 감소한 상태다.

문제는 암시장이 여전히 기승 중이라는 데 있다. 고객에게 돈만 받고 폐업을 하는 사기 행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현금 완납을 조건으로 휴대전화를 판매한 뒤 통신사에는 할부로 계약을 돌려 차액을 챙기는 먹튀 사례도 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온라인 판매점이 사전승낙서 게시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실을 신고할 경우 지급하는 포상금을 종전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렸다. 사전승낙제는 통신사 대리점의 판매점 선임을 통신사가 승인하는 제도로 온라인 판매에도 인증 제도를 정착시켜 불법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이동통신 서비스 및 단말장치 온라인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불법 지원금 안내 목적의 음어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음어 등을 사용하면서 정확한 판매정보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도 높게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시장교란 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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