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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ESC] 봄 패션…색으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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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원색

국내외 패션계 원색 의류 붐

무채색 옷으로 유명한 유니클로 등도 ‘색 물결’

인스타그램 등의 인기가 한 요인

가방·신발·시계 줄로 원색 패션 완성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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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 브랜드들이 전통적으로 고수해 온 무채색을 벗어던지고 원색 옷을 만들어 내는 데 열중이다. 패션 브랜드 전문가 송지연 ‘팀 엠지엠티’ 대표는 “하락세를 걷던 구찌가 2년 전부터 노란·초록·빨간색 등 원색을 조합한 옷들을 선보이며 재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2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한 원색의 신발과 가방을 선보인 것도 이를 방증한다. “슈프림의 빨간색 로고가 새겨진 루이비통 가방이 등장하자 원색이 패션계를 점령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송 대표는 말한다. 원색이 패션 트렌드를 이끌게 된 이유가 궁금해진다. 자칫하면 촌스러울 수 있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옷·가방·신발 등을 맵시 있게 착용하는 방법도 함께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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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일 오전10시,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앞에는 유니클로의 ‘2019년 봄·여름을 위한 유니클로 유(Uniqlo U) 컬렉션’을 구입하기 위해 오픈 전부터 대기 줄이 100m 정도 이어졌다. 무채색 옷으로 유명한 유니클로가 화려한 원색 옷을 강조해 출시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다고 한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당일 오전 8시에 판매를 시작한 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오픈 2시간 만에 티셔츠 등 40개 종류의 원색 옷들이 모두 품절됐다. 특히 ‘리빙 코랄’색이 인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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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 덕분에 전성기를 맞은 브랜드도 있다. 지난해부터 유명 패션 브랜드들과 왕성한 협업을 해온 국내 스포츠 브랜드 ‘휠라’가 대표적이다. 2∼3년 전부터 휠라는 눈에 띄는 원색의 로고를 운동화나 옷 위에 전면적으로 내세워 주목받기 시작했다. 패션계에 원색 바람이 불면서 휠라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유명 브랜드도 늘었다. 그 덕에 ‘휠라버레이션’(휠라+컬래버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는 지난해 2월 기존에 검은색의 로고를 버리고 휠라처럼 빨간·파란색으로 된 로고를 제작해 휠라와 협업한 운동화에 붙이기도 했다.

바야흐로 원색 패션의 시대다. 무채색과 저채도 옷으로 유명한 독일 명품 브랜드 ‘질샌더’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마르니’마저도 지난해 8월 ‘가을·겨울을 위한 컬렉션’에서 채도가 높은 파란색 등 과감한 원색의 옷을 선보였다. 여전히 무채색이 어울릴 법한, 체형이 드러나지 않는 차분한 옷 선에 단순한 디자인이었지만, 옷감만은 형형색색이었다.

이처럼 원색이 패션계에서 각광받게 된 이유는 뭘까. 〈옷장 속 인문학〉의 저자이자 패션큐레이터인 김홍기씨는 “사회적인 변화상을 알면 특정색이 왜 유행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때 금, 은 등 유형 자산의 가치가 오르자, 금·은색과 메탈릭(금속성의) 장식품이 유행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2009년 찰스 다윈의 탄생 200주년에는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연과 야생동물이 연상되는 정글 그린색과 흙갈색 등의 옷들을 선보인 것도 비슷한 예”라며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가 소통 창구로 뜬 게 최근 국내 패션계가 원색에 주목하게 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는 ‘#ootd’라는 해시태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웃피트 오브 더 데이’(Outfit of the day·오늘의 패션)의 약자로, 자신이 당일 고른 옷·가방·신발 등의 사진을 올릴 때 붙이는 해시태그다. 최근 들어 원색의 화려한 옷을 올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는 “일반인도 에스엔에스를 통해 손쉽게 연예인처럼 화려한 개성을 뽐내는 시대다. 톡톡 튀는 젊은 세대들이 독특한 스타일로 경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컬러풀한 색감이 대세가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원색 위주로만 스타일링 하다 보면 자칫 과해 보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색 패션,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동양인 피부에는 강렬한 원색의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상·하의를 각각 다른 원색으로 입으면 원색에 의해 전신이 이등분 돼 보여 오히려 키가 작아 보일 수도 있다고 한다. 윤인영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보라색이나 노란색처럼 보색 대비로 상·하의를 입었을 경우도 문제”라고 말한다. 윤 스타일리스트는 “상·하의를 같은 원색 계열로 통일해 입으면 원색 특유의 매력도 살리면서도 단정해 보일 수 있다”고 추천했다. 같은 류 원색이라도 분홍·연분홍 색처럼 채도가 다른 색을 함께 입어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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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의를 같은 색으로 입는 게 부담스럽다면 그중 한 벌만 원색으로 입는 방법도 있다. 검은색 스웨터에 쨍한 노란색의 플리츠 스커트를, 짙은 파란색 셔츠에 회색 스커트를, 노란색 티셔츠에는 검은색 바지를 입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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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원색이 강세다.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채도가 높은 노란·파란색으로 된 방수 재킷을 선보였다. 밝고 선명한 색 때문에 이 재킷 하나만 걸쳐도 산 등에서 눈에 잘 띤다고 한다. 조난의 위험에 빠졌을 때 구조에 효과적이어서 일거양득의 패션인 셈이다.

‘원색 스타일링’ 초보자라면, 신발·가방 등 패션 아이템 중에 원색인 것을 골라 스타일에 포인트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홍 패션 저널리스트는 “최근 스포츠 브랜드 ‘엠엘비’, 스니커즈 브랜드 ‘컨버스’, 패션 브랜드 ‘지유’ 등에서 밝고 활기찬 원색의 스니커즈, 어글리 슈즈, 구두들이 많이 출시됐다”며 “무채색 의상에 신발 한 켤레에만 원색으로 신어 강조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스타일링이 된다”고 말했다. 각양각색의 가방을 선보여 지난해 급성장한 국내 가방 브랜드 파인드카푸어, 코오롱 인더스트리 에프앤시의 가방 브랜드 쿠론의 신규 라인인 브랭크블랑 등의 강렬한 오렌지색 가방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시계 줄도 훌륭한 패션 아이템이다. 실제 원색 패션 스타일링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줄질’이라고 불리는 시계 줄 교체 문화가 익숙하다고 한다. 흰색·은색 등 무채색 계열의 시계에 노란·빨간·파란색 등 원색의 시계 줄을 교체해 착용하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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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가 최근 선보인 시계 줄은 컬러 수만 500개에 달한다. 파네라이 관계자는 “다양한 색의 시계 줄을 선보이자 매장에 와서 시계 줄만 따로 구입하는 고객 수가 늘었다”며 “시계 구입 시 추가로 시계 줄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다수의 고객들이 다양한 색의 시계 줄을 교체할 걸 염두에 두고 시계를 구입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남색의 정장에 시계 줄만 노란색이라면 타인의 시선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그날 기분에 따라 꼭 맞는 옷을 선택하는 것도 맵시를 뽐내는 지름길이다. 옷을 입었을 때 기분이 좋아야 진정한 패션의 완성이라는 소리다. 그 여정에 지금 원색이 선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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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원색 빨강, 초록, 노랑, 파랑 등 채도(색의 선명도)가 높은 색들과 이들 색을 혼합한 유채색을 뜻한다. 색은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시대다. 이를 반영하듯 지금 원색을 입은 패션·뷰티·인테리어 등이 다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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