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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놀이 친구이자 또 다른 자아 '인형'에 얽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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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9개국 조사 보고서 발간

연합뉴스

인도의 인형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인형이 손이 많이 가요. 한참 일해도 이것밖에 안 되어 있는 거예요. 보이는 것은 단순한데… (중략) 진짜 여자들 살림이 표 안 나듯이 이거 하면서 참을 인(忍)자를 떠올렸어요."

종일 집에서 인형을 만든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헝겊인형 작가 이승은(63) 씨는 인형 만들기의 고충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려서 바느질을 싫어했던 그는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인형에 관심이 없던 그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만들어주려고 1978년 바느질을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인형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인형은 포근하고 예쁘고 어렵지 않아야 하고 소꿉놀이와 인형놀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부드러운 헝겊 인형이 가장 좋다고 했다.

2017년부터 2년간 이씨를 포함해 9개국에 거주하는 인형 작가와 수집가, 박물관과 인형극단 관계자를 조사한 국립민속박물관이 인형 조사 보고서 '삶의 또 다른 모습, 인형' 한국편과 세계편을 펴냈다고 20일 밝혔다.

박물관이 2013년 시작한 세계물질문화조사의 세 번째 결과물이다. 앞서 청바지와 소금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됐고, 부엌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편에서는 인형을 만드는 사람을 '장인의 자부심', 인형 수집가를 '열정과 호기심', 인형극 배우를 '공감', 일반인을 '추억'이라는 열쇳말로 살폈다.

세계편은 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이 미국, 중국, 체코, 인도, 독일, 일본, 프랑스, 멕시코에서 조사한 인형 이야기로 채웠다.

구문회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인형은 장난감이지만, 사람들에게 다정함·여성스러움·포근함·따뜻함·즐거움·무서움 등 다양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며 "놀이 친구이자 꿈을 함께 꾼 또 다른 자아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의 인형에 대한 기억이나 이야깃거리를 통해 사회 실상과 인간의 참모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며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접촉할 대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형에는 여전히 그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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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제공]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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