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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못 생겼어”…중국인 모델 내세운 ZARA에 화내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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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자라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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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패션브랜드 ‘자라(ZARA)’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주근깨 가득한 중국인 여자 모델을 내세운 화장품 화보 사진이 문제가 됐다. 중국인들은 “자라가 일부러 중국인을 추하게 만들었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자라는 지난 15일 립스틱 화보를 공개했다. 화보에는 최근 자라 모델로 발탁된 중국인 모델 리징웬이 붉은색 립스틱을 바르고 등장했다. 화보에서 리징웬은 피부 화장을 하지 않은 듯 주근깨를 그대로 노출했다.

이에 중국인들은 웨이보 등을 통해 “자라가 일부러 주근깨 있는 중국인 여성을 내세워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심어줬다”고 반발했다. 화장이나 사진 보정을 통해 주근깨를 감출 수도 있었는데, 이를 그대로 보여줘 중국인을 못생겨 보이게 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리징웬을 비난하기도 했다. “리징웬은 못생긴 편”이라며 중국 여성의 기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주근깨가 있고 무표정한 리징웬의 사진이 아시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고, 인종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난했다.

사태가 커지자 자라 측은 공식 인터뷰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자라 대변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인 모델의 주근깨를 일부러 드러내 못생겨 보이게 하려 한 게 아니다”라며 “해당 광고는 중국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것으로 리징웬도 세계적 모델로 인정하고 발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라가 일부러 사진 보정을 하지 않았다”는 중국인들의 주장에는 “우리는 모델의 사진을 잘 수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델 사진을 쓴다”라면서 “스페인 사람들은 다양한 미적 기준을 갖다. 미적 기준이 다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도 반대 의견도 나왔다. 자라 화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여러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는 주근깨 있는 모델을 거절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모델의 얼굴을 비난하는 중국인들이 중국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중국인들이 지나친 애국심 때문에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차이나데일리는 “문화적 이해가 부족한 중국인들이 국가 이미지 손상에 과민반응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차이나사우스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11월 한 차례 논란이 일었던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사건을 떠올렸다. 당시에도 돌체앤가바나 측이 상하이 패션쇼를 앞두고 중국계 젊은 여성이 긴 젓가락으로 스파게티 등을 먹으며 곤혹스러운 웃음을 짓는 영상을 공개해 문제가 됐다. 당시 거센 논란에 돌체앤가바나는 상하이 패션쇼 행사를 취소했다.

한편 논란의 주인공인 리징웬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남부 광저우 출신인 리징웬은 그동안 캘빈 클라인, H&M 등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에서 모델로 활약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리징웬은 지난 2016년 10월 패션 잡지 ‘보그(VOGUE)'와의 인터뷰에서 주근깨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어릴 때는 주근깨가 정말 싫어서 감추고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내가 괜찮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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