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파장 분위기에 등장, 논의 시한 연기
다음날 새벽까지 직접 대표급 협상 주도
현장에 일일이 전화, 의견 물어 대안 도출
손경식 경총 회장과 합의 당일 오전 담판
"20년 교섭 경험 상 이건 해야 할 일이다"
협상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협상 당사자조차 합의 실패로 짐을 싸려던 상황이 어떻게 갑자기 반전돼 합의문을 내게 된 것일까.
탄력근로제 확대 협상에 참여한 경영계와 정부측 관계자는 합의의 일등공신으로 주저없이 김 위원장을 꼽았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등장해 얽힌 실타래를 풀어냈다"고 말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협상력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합의였다"며 "사회적 교섭사적 의의가 있다"고 치켜세웠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김 위원장에게 우리가 말려든 느낌"이라며 웃었다.
교착 국면에서 등장한 김주영 위원장
이 때부터였다. 김 위원장이 협상 서류를 훑었다. 그러더니 연필로 수정을 거듭했다. 수정한 내용을 들고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과 임서정 고용부 차관을 찾아갔다. 협상이 막히면 장고 끝에 수정본을 만들어 또 찾아갔다. 그러기를 수차례,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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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실패로 파장 분위기였던 경사노위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합의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판단했다. 논의 시한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김 부회장과 임 차관을 오가며 논의를 이어갔다. 19일 새벽 3시30분, 긴 협상을 뒤로 하고 집으로 가던 김 위원장은 차 안에서 "내가 안고 가련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교섭을 해 본 경험으론, 이건 해야 된다"고도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과 김 위원장 담판
김 위원장의 선택은 현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손 회장을 만나러 가면서 차 안에서 산하 노조 간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탄력근로제 도입과 운영, 건강권 확보, 임금 보전 방안과 관련된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면 회사가 어려울까" "노조가 곤란해지나" "노동자는 힘들까" 등 현장 의견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답을 냈다. 이어 손 회장과 담판에 들어갔다. 손 회장은 오랜 기간 산업 현장과 노사 문제를 직접 경험한 노련함으로 김 위원장과 접점을 찾아갔다.
19일 오후 서울 경사노위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무 관련 합의문이 발표된 후 협상 대표와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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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은 술술 풀렸다. 마지막 걸림돌이던 임금 보전 문제는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이 묘수를 냈다. '3개월 넘게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 임금 보전 대책을 고용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안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안이다. 수당과 할증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안도 냈다. 한국노총 관계자가 "과태료 대신 처벌을 하자"고 했지만 김 위원장은 김 정책관의 대안을 수용했다.
19일 오후 5시20분쯤 김 위원장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합의했어. 힘들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었다"라고 했다. 현 정부에서 첫 사회적 합의는 그렇게 이뤄졌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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