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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우리 곡물의 재탄생-곡식을 이롭게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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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나고 자라 이 몸에 최적화된 곡물. 같은 하늘 아래 나고 같은 비바람 맞고 자라 친형제나 다름없는 곡물들이 먹기 좋게 디자인되고 있다. 내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사랑하는 라이프 아티스트들에 의해서다.

요리 보고 조리 보아도 이 땅은 곡물 천하임이 확실하다. 전통적으로 농사를 지어 먹고 살던 농경 사회였던 탓에 곡물을 보물로 여기던 우리. 밥을 주식으로, 떡을 간식으로, 죽과 국수를 특별식으로 하루하루 삼시세끼를 성실히 채워 나갔다. 특별한 날, 오락과 축제에는 밀, 누룩과 찹쌀 등을 쪄서 빚는 곡주가 주인공이었고, 요리의 간은 술과 콩을 발효시켜 만든 간장, 된장을 사용했다. 이렇게 대대손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어 온 음식 문화라면 그저 우리의 살과 피를 만들어 낸 근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마디로 곡물은 우리의 파워 탱크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뿌리를 어머니의 밥상처럼 지켜 내기란 어렵다. 식생활 패턴과 식습관도 다양해지며, 한 상 차려 먹는 경우가 드물다. 간단한 간편식이 인기다. 조리가 쉽고 간단해야 사랑받는다. 그런 세상이다. 그러나 건강식에 대한 열망은 하늘을 찌른다. 제 땅에 나는 곡물을 제철마다 제대로 갖춰 먹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시대에 사는데도 그렇게 먹고자 하는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다행히 이런 시대상을 제대로 꿰뚫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곡물을 디자인해 판매하는 곳들이 있다. 심지어 이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곡물 디자인을 접하면, 이 땅의 친밀한 기운에 판매자의 열정과 좋은 기운이 더해져 감동이 밀려들곤 한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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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마켓레이지헤븐’의 현미들깨떡 같은 경우다. 땅을 해치지 않는 선한 농작물을 일일이 찾아 다니는 주인장의 정성과 열정이 버무려진 이 제품은 한마디로 ‘쿨’하다. 쌀과 들깨라는 익숙한 재료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가래떡과 절편을 만들어 냈다. 이 제품이 수시로 품절 대란에 시달리는 것은 고소함을 극대화한 맛과 재료의 본질을 살린 생생한 식감에 있지만, 한편으로는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적인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지새우고’의 곡물 그래놀라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새우고’는 ‘할머니가 키우신 곡식으로 만든 잼과 스위츠’라고 자신들을 표현하는 브랜드다. 문장 그대로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할머니가 키운 쌀, 검은콩 같은 것들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느리게 조리한다. 하지만 먹는 방식은 우유에 섞어 먹는 그래놀라처럼 단순하고 젊고 스피디하다. 인기의 비결이다.

‘이로움’의 콩가루 키트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품 이름도 ‘엄마생각 콩가루’다. 경북의 질 좋은 콩을 찌고 말리고 빻아 만든 가루에 땅콩과 우유 가루를 섞어 먹기 편한 조합으로 재탄생시킨 후 ‘소이밀크, 소이콩국’ 같은 간단한 한 끼 레시피를 제안한다.

대대손손 곡물을 먹고 곡물의 힘으로 살아온 우리. 하지만 달라진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전통적 방식의 곡물 섭취에 부담을 느껴 왔다. 그리고 넘쳐나는 수입품, 물 건너온 새로운 레시피의 요리들이 우리를 에워싸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 혼동의 와중에 심지 굳은 국내산 곡물 라이프스타일 아티스트들이 나타났다. 우리에게 그들의 혜안으로 디자인된 먹거리를 제안해 주다니 이건 둘도 없는 놓치지 말아야 할 행운이다. 향후 이 피로 사회에서 살아갈 힘을 얻으려면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니까.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마켓레이지헤븐, 지새우고]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7호 (19.02.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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