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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국 없어도 돼"…화웨이 회장의 이유 있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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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런정페이 BBC인터뷰…"美 세계대표 아냐, 우리 부수지 못할 것"
英 "화웨이 보안 위험 적다" 하자…4조원 넘는 통 큰 투자 약속]

머니투데이

2015년 10월 영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영국 런던에 있는 화웨이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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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우리를 버릴 수 없습니다. 가장 진보한 기술력을 갖고 있거든요. 미국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일시적으로 많은 나라를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를 부술(crush) 수는 없을 것입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최근 미국 등으로부터 보안 우려를 받고 있는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런 회장은 "서방에서 불빛이 꺼지면, 동방이 빛날 테고, 북쪽이 어두워지면 남쪽이 있다"며 "미국은 세계를 대표하지 않으며, 세계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동맹국이 보안 위협을 명분으로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런 회장의 이번 발언은 전날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가 5세대(G) 이동통신망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더라도 보안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결론 내린 직후 나왔다. 영국은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국의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소속으로, 영국 정부가 NCSC 판단을 근거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면 미국 주도의 화웨이 보이콧 움직임이 위축될 수 있다. 런 회장은 "영국이 우리를 신뢰한다면, 미국 대신 영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며 영국 정부에 화웨이 장비를 쓸 것을 촉구했다.

화웨이는 실제로 그동안 영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0년 영국에 사이버보안센터를 열고, 영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시험하도록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화웨이가 영국에 투자한 금액만 20억파운드(약 2조9127억원)가 넘으며, 최근 30억파운드(4조3690억원)의 추가 투자도 약속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둔 영국으로서는 중국, 화웨이와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런 회장의 자신감은 미국을 뺀 다른 나라들이 화웨이 장비를 무조건 배척하기 어렵다는 현실에서 나온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3개 통신사가 이미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이다. 이를 철거하거나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수십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주요 통신사들은 화웨이 장비를 거의 쓰지 않지만, 유럽 등의 일부 동맹국은 사정이 다르다"면서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으면 5G 통신망 구축이 2년 이상 늦춰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고 했다. 호주의 TPG텔레콤은 화웨이 장비 배제를 결정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주가가 33%나 급락하기도 했다.

런정페이 회장은 자신의 딸이자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가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것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동기로 이뤄진 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른 나라를 제재하기 좋아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공격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서 "멍완저우 체포에 반대하며, 법정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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