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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인터뷰]최봉태 변호사 "강제징용 구제 늦춘 건 정부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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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소송 외길 20여년…`올해 법조인상` 수상

한일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소멸 주장 근거 없어

인권재단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 집단화해 가능

한·일 정부와 기업 참여하는 `2+2` 구제 나서야

이데일리

최봉태 변호사가 서울 마포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되레 가해자(일본)가 큰 소리를 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정부 당국이 더 당당하게 나서야 합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 온 법무법인 삼일 최봉태(57) 변호사는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한국 정부가) 꼬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강제징용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 이후 피해자 측 손을 들어주는 취지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장에 따라 강제징용 배상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중재위원회·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운운하는 아베 신조 일본 정권에 무대응으로 나가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밀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지난 2007년 4월27일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들었다. 전후 처리를 위한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관련으로, 태평양 전쟁 피해자들의 청구권에 대해 구제를 해 줘야 되기 때문에 일본 정부나 기업들이 책임을 이행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가 간 협정인 한일 협정으로도 개인 청구권이 실체법적으로 없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최 변호사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도 청구권이 살아 있으니 자발적으로 구제하라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대법원이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의 권위를 살려준 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사법부와의 사법 농단으로 인해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동안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원고 중 3명은 유명을 달리했고 지난해 10월 이춘식 할아버지만 승소 판결을 지켜볼 수 있었다. 최 변호사는 “청와대와 사법부가 짬짜미 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한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2007년 이후 일본 정부와 외교적 협의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던 사안인데 강제 판결까지 오게 돼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양국 사법부 판결 취지에 따라 법대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는 게 원칙이지만 외교 마찰 등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해 화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작년 이혜훈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인권재단 설립 법률의 조속한 처리가 그 것이다. 양국 정부와 기업이 `2+2`로 4자 모두가 참여한 형태로 구성해 `피해자 신고→확인→배상금 지급` 등 강제 절차인 재판 없이 구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촉구했다.

최 변호사는 한·일 협정 당시 추산한 강제동원 피해자 규모는 국내외 103만명으로, 1인당 1억원 기준으로 할 때 103조원 정도가 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부뿐 아니라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경제협력자금을 사용한 포스코·코레일·도로공사 등 이런 기업들이 제대로 책임을 다 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원폭 피해자들의 각종 소송을 대리해 인권구제와 명예회복에 헌신한 공로로 다카키 켄이치(高木健一·74) 변호사와 함께 지난달 말 `올해의 법조인상`을 받았다. 그는 “한국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강점기 피해자들을 위해 오랜 기간 고생한 일본 현지 시민단체와 변호인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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