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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밀양 송전탑 시위' 유죄 확정… 열흘 뒤엔 특별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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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특사 대상으로 언급한 반대 시위자 10명에 집유·벌금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주민들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사건 시위 참가자들을 3·1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실제 특사가 이뤄질 경우 말 그대로 '판결문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사면하는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14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모(80)씨 등 밀양시민 10명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던 윤씨 등은 2012년 6월 휘발유를 갖고 시청에 난입해 약 7시간 동안 공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같은 해 7월엔 문모(51)씨 등이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운반 장비에 자신의 몸을 연결해 이동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2013년 5월 송전탑 공사 현장 진입로를 막고 있다가 강제 진입하려는 의경들에게 인분을 뿌린 혐의(공무집행방해)도 있다.

앞서 1·2심은 "실정법을 어기면서까지 (송전탑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민주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할 법치주의를 배격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에 합당한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경찰관에게 인분을 던지고 폭행한 것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했다. 주민들은 "시민 불복종으로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아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부는 이 사건 연루자를 포함해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집회 등 6가지 시위로 처벌받은 사람을 3·1절에 맞춰 특별사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유죄가 확정된 밀양 주민 10명도 형(刑)이 확정돼 사면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 사건으로 이미 형이 확정된 밀양 주민들이 더 있어 사면 대상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선 이런 사면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시설을 점거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이들을 사면할 경우 법의 권위와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사면의 목적은 국민 통합이나 인권 신장을 도모하고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사면은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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