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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땐 시멘트업계 1700억 이상 부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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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과세' 벼랑끝에 선 시멘트산업
(上) 무리한 과세에 향토기업 죽는다
생산량 1t당 1000원 부과 추진..관련 부처 심의 후 3월~4월 결정
석회석 채광단계서 30억 납부 중 ..업계 "530억 추가… 이중과세"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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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충청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인 시멘트산업이 '포퓰리즘 과세'로 고사(枯死)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국회의원 등이 시멘트에 지역자원시설 부과를 추진한데 따른 것이다. 지역자원시설 부과세는 생산량 1t 당 1000원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과세가 진행되면 시멘트업계는 1년에 약 530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 시멘트업계는 이미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내고 있다면서 이중과세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는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 등이 발의한 지역자원시설세 입법안을 심의하고 관련 부처에 세율조정을 주문했다.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심의를 거쳐 오는 3~4월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에서도 의견 갈리는 과세

지역자원시설세 명분은 '지역 산업에 세금을 부과해 지역주민에 돌려준다'는 것. 충북과 강원 지역에선 시멘트에, 충남과 전남에선 석유화학 등에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문제는 지역자원시설세가 '포퓰리즘 과세'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산업계는 물론 정부내에서도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국내 제조업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과세를 두고 지자체와 업계가 법적으로 다투기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시 등 지자체 3곳과 지역자원시설세의 전신인 지역개발세를 두고 5년여동안 법정 공방을 벌였다. 지난 2006년 지자체가 개정된 조례를 근거로 원자력발전소에 지역개발세를 부과하자 한수원이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2011년 대법원이 한수원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툼은 일단락됐다.

정부 내에서도 찬반의견이 갈린다. 지자체의 지방세수 확대를 목표로 삼은 행정안전부는 도입에 적극 찬성하지만 제조업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과 경제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대 입장이다.

시멘트업계 한 전문가는 "시멘트업계가 수년 전부터 경영위기를 이기지 못해 인수합병 대상으로 등장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정부, 지자체 행보는 매우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경제 침체로 한국경제 위기론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향토기업을 대상으로 담세능력을 상회하는 세금을 강요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중과세로 기업 환경 악화일로

시멘트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석회석 채광단계에서 30억원 가까운 지역자원시설세를 납부하고 있어 이중과세이고 과세 산정근거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려는 국회와 지자체는 t당 1000원의 세부담에 대해 그만큼 가격을 올리라며 단순하게 생각한다"면서 "실상을 정말 모른다"고 지적한다.

시멘트업계의 세금 부담도 문제다. 최악의 경우 국내 시멘트업체가 부담해야 할 환경관련 비용은 1700억원이 넘는다. 시멘트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부과안이 통과되면 약 530억원이 추가된다. 여기에 환경부에서는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 약 650억원을 오는 2020년부터 징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로 약 300억원의 추가부담이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 2015~2017년 온실가스배출권 구매에도 연 230억원 가량을 부담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시멘트업계이 얻은 평균 순이익은 약 400억원. 환경부담금의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당장의 세수입을 위해 부담을 가중시킬 경우 시멘트산업은 붕괴 위기에 직면할 것이고 향토기업이 무너진 뒤 지역경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고 싶다"며 "무리한 과세부담을 일반 국민에게 전가하라는 의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며 특히 국내 시멘트산업이 공급 과잉 상태여서 세부담액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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