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북극 자원·항로 잡아라"…美·中·러·노르웨이 정면충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아크틱 프런티어스 2019` 콘퍼런스에 참석한 카트리 쿨무니 핀란드 의원, 이네 마리 에릭센 쇠레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 영국 BBC의 스티븐 새커, 리사 머카우스키 미국 알래스카주 상원의원(공화당), 중국 입장을 대변한 윤선 미국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왼쪽부터). [트롬쇠 = 김제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극이 강대국 간의 치열한 경제 전쟁터로 바뀌고 있다. 북위 69도에 위치해 '북극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열린 '아크틱 프런티어스 2019(Arctic Frontiers 2019)' 콘퍼런스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지배했다. 각종 자원과 항로 등 경제적 이권을 놓고 관련국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도 북극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좁은 통로를 간신히 붙잡고 있지만 점점 그 길이 좁아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났다.

트롬쇠에서 지난달 21~25일 열린 콘퍼런스에는 35개 북극 관련 국가들에서 관료, 학자, 시민단체 관계자 3000여 명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콘퍼런스에서는 북극 관련국들의 주요 정부, 학계 인사들이 단상에 올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전면에 드러내며 열띤 공방을 벌였다.

우선 북극을 둘러싼 노르웨이와 러시아 간 갈등이 전면에 부각됐다. 러시아는 최근 북극 인근 지역에 더 많은 군대를 배치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세르게이 크르셰프 러시아 국가전략부장은 "북극의 시대(Arctic age)를 맞아 러시아는 북극을 향한 확장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과거 냉전시대 이후 문을 닫았던 북서부 지역 콜라반도 군사기지 6곳의 문을 새로 열어 인력과 시설을 강화하며 북극에 긴장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노르웨이는 러시아를 강하게 견제하고 나섰다. 이네 마리 에릭센 쇠레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노르웨이에 분명한 군사적 위협이며, (양국 관계는) 이전보다 더 냉랭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는 지난해 10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29개 회원국과 스웨덴, 핀란드가 참가한 '트라이던트 정처(Trident Juncture) 2018' 훈련이 열렸다. 합동훈련은 최근 10년 안에 노르웨이에서 이뤄진 군사훈련 중 최대 규모였으며 NATO 소속 군인 4만여 명이 투입됐다.

중국도 북극에 대한 야욕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북극해에서 3000㎞나 떨어져 있으면서도 지난해 초 발표한 '북극 정책 백서'에서 스스로를 '근(近)북극 국가(near arctic nation)'로 천명한 중국은 북극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대표 격으로 첫날 첫 세션에 참석한 윤선 미국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북극에 대한 야망이 있다. 중국은 북극에 직접 속한 국가가 아니라 직접적인 권리를 주장하진 못하지만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북극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기회를 탐사하기 위해 두 번째 쇄빙선인 '쉐룽(雪龍)2'를 띄워 북극 항로를 탐험 중이다. 중국의 야심은 콘퍼런스에 파견된 중국 기자들 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매년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는 신형철 극지연구소 정책협력부장은 "올해 유독 중국 기자가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북극까지 확대하면서 중국 정부가 얼마나 북극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극의 자원·항로가 돈이 될 것으로 보이자 중국은 백서에서 북극권을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에 포함하는 '빙상(氷上) 실크로드' 구상을 발표하며 북극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북극 지역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뒤처져 있지만 북극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리사 머카우스키 미국 알래스카주 상원의원(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선 알래스카와 북극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리처드 스펜서 미국 해군성 장관도 지난해 12월 "(북극에서) 우리 빼곤 다 앞서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냉전 종식 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항공모함을 노르웨이해에 파견하며 러시아를 위협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북극 순찰을 강화하기 위해 해병대를 노르웨이에 파견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트롬쇠(노르웨이) = 김제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