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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한국 바이오 산업 골든타임, 길어야 5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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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겸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이 18일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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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겸 마크로젠 회장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에 주어진 골든 타임은 짧으면 3년, 길어도 5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국바이오협회장을 맡고 있는 서정선(67) 마크로젠 회장은 18일 경기도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병원 간 환자 데이터 공유를 통한 바이오 빅데이터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마크로젠은 DNA 염기서열 분석 서비스기업으로, 2001년 한국인 게놈 지도 초안 발표 등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서비스에서 국내 대표적 기업이다. 서 회장은 이날 2019년도 생명공학육성시행계획 확정을 위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열린‘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Q : 왜 골든타임이 3~5년밖에 남지 않았나.

A : “유전체(게놈) 분석 기술을 통한 개인별 정밀의학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바이오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은 2015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 시대를 선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100만 명 게놈을 해독하는 프로젝트도 출범했다. 앞으로 5년이 지나면 미국 내 백인뿐 아니라 아시아계에 게놈도 거의 확보 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도 미국 독차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Q : 정밀의학이 왜 중요한가.

A :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가 바이오산업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게놈 정보와 병원 기록 같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모아 클라우드 서버에 넣고, 딥 러닝 통해 개개인의 질병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세계 헬스케어 산업 시장 규모가 1786조원까지 성장했다(2017년 기준). 반도체(490조원)와 자동차산업(600조원)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규모다. 반면, 의료보험 재정은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에 6조원 적자로 돌아선다. 정밀의학은 질병 예측과 예방을 통해 의료비를 기존의 1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 국가가 파산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분야다.”




Q : 게놈 확보가 필요한 이유는,

A : “개인의 유전정보를 통해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미리 알려주고 생활습관을 통해 피해가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짠 음식을 피하고, 천식 환자는 먼지 많은 도시를 피해야 한다. 정보로써 각 개인의 질병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이를 통해 생활 습관성 질환으로 불리는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거다. 유전자에 문제가 있고 생활 습관도 잘못됐을 때 만성질환이 일어난다.”




Q : 한국 상황은 어떤가.

A : “한국의 게놈 분석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문제는 데이터 확보다. 게놈 정보가 개별 환자 정보와 같은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만나야 하는데, 한국은 개인정보 보호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빅데이터화가 늦어지고 있다. 정밀의학의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정보를 질병 정보와 매칭시켜 바이오 빅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에 대한 정보 보호는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Q : 한국에서는 유전체 분석에 대한 규제도 까다롭다.

A : “유전체 분석 시장에는 국경이 없다. 미국은 2017년 4월에 유전체 분석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었다. 미국 기업이 인터넷과 택배 서비스를 통해 얼마든지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제1차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회를 열고 기업이 소비자들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에 실증 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실증 특례란 제품 및 서비스의 안전성 등을 검증하기에 앞서 제한된 지역이나 특정한 기간 규제를 유예하는 제도다. 인천 송도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허락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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