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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규제 샌드박스 줄줄이 개시-수소차 충전소·모바일 고지…1등 밀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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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서다. 규제 샌드박스란 한정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모래놀이를 하는 놀이터 모래밭처럼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신속히 출시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2가지로 나눈다. 제품·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하는 ‘실증특례’가 하나,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가 또 하나다.

정부 각 부처는 각각 해당 업계 기업 신청을 받아 심의위원회를 열고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선에서 규제를 일시 완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첫 사례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나왔다. 제1차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현대자동차가 서울 도심 5곳에 수소충전소 설치를 신청한 안건을 심의한 결과 국회를 포함해 서울 양재, 탄천에 설치를 허용했다. 규제특례 기간은 2년이다. 현행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상업지역인 국회 내 수소충전소 설치는 불가능하다. 국회 충전소는 세계 의회시설 중 최초며 승용차 기준으로 하루 50대 이상 충전이 가능한 250㎏ 규모로 오는 7월 중 설치가 목표다.

유전체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 증진 서비스(신청기업 마크로젠),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활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버스 광고(제이지인더스트리),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차지인) 사업 등 상정된 4건 모두 규제특례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ICT 분야 규제도 제한적이지만 완화되는 분위기다.

휴이노와 고려대안암병원이 신청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에 대해 실증특례를 부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휴이노 기술은 ‘애플워치4’보다 앞서 내놨으나 규제로 빛을 보지 못했다. 카카오페이와 KT가 신청한 ‘행정·공공기관 고지서 모바일 서비스’도 임시허가를 받았다. 이로써 여권 만료, 예비군 훈련 통지, 교통범칙금 고지 등 공공기관 고지서를 우편에서 모바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매경이코노미

▶부처별 엇박자 여전히 문제

이번 규제 샌드박스 제도 자체는 업계에서 적잖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DNA 맞춤형 화장품 사업을 준비 중인 김태곤 파이온텍 대표는 “DTC 유전자 검사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긍정적인 연구 실적이 쌓인다면 맞춤형 화장품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선정 과정에서 잡음도 꽤 있다. 규제 완화 1호 선정 기업이 현대차, 마크로젠 등 업계 1위 기업이다 보니 ‘정보력, 자금력에서 앞선 이들이 수혜를 받는 사업’이란 오해를 사기도 했다. 또 바이오 산업 관련 규제를 놓고 산업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에 다른 잣대와 입장이 노출되기도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천기술이 없거나 해외가 연다고 규제를 같이 푸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오픈소스라고 해서 만만히 보고 규제를 풀었다가 바로 해외 전문업체에 시장이 잠식될 확률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의 저자 구태언 변호사는 “건별 심의를 통한 현행 규제 샌드박스 방식은 여전히 지나치게 신중하다. 업종별로 일정한 규제는 심의 없이 신고로서 실험해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6호 (2019.02.20~2019.02.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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