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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박종면칼럼]자영업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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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밥이 곧 하늘이다. 백성이 풍족하면 어떤 임금도 부족하지 않고, 백성이 부족하면 어떤 임금도 풍족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불러 밥 한 끼를 대접하고 간담회를 했다. 청와대가 자영업자들을 부른 것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불만이 많은 자영업자들을 달래기 위해서지만 이들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64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5%에 이른다. 자영업 비율이 25% 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 멕시코 브라질 터키 이탈리아 등이다. 이는 일본의 2배, 미국의 4배 수준이다.

자영업 비중이 큰 나라들은 사람들 사이 협력을 가능케 하는 공통적인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같은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내수시장이 자영업 위주로 구성돼 외부충격에 약하고 잦은 경제위기를 겪곤 한다. 결론적으로 어느 나라든 과도한 비중의 자영업은 국가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만 해도 자영업이 벌어들인 비중이 국민소득의 20% 넘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13% 수준으로 급락했다.

한국은 선진국들에 비해 내수시장이 훨씬 작다. 선진국들은 민간소비가 GDP(국내총생산)의 60%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50%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양극화가 심해 중산층과 부유층의 해외소비가 많다.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소비하는 돈이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금액보다 훨씬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간담회에서 올해를 ‘자영업의 형편이 나아지는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들 자료만 봐도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은 암담하다.

창고가 가득 차 있고 의식주에 어려움이 없으면 예절을 알지만 찢어지게 가난하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청와대 간담회 자리에서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이 2년 새 30% 가까이 올라 망한 가게들이 한둘이 아니라며 최저임금 동결을 거듭 요구했다. 또 카드 수수료 인하정책 보완, 4대 보험료 부담 완화 등도 강력 주장했다. 그들의 요구대로 최저임금이 동결되고 신용카드 수수료가 더 낮아지는 등의 조치가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의 형편이 지금보다 많이 개선될까. 전망은 대단히 비관적이다.

2019년 우리나라 자영업의 위기는 구조적이다. 일례로 미국 다음으로 심한 소득 양극화는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이다.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국내 민간소비 위축을 가져온다. 게다가 세계 최고 수준의 편의점, 온라인 쇼핑, 해외 직구 등 소비패턴의 급격한 변화도 자영업자들에겐 치명적이다. 동네 식당과 치킨집 호프집 카페의 최대 경쟁자는 도시락과 치킨 맥주 커피를 파는 대기업 계열의 편의점이다. 또 재래시장 옷가게와 신발가게의 최대 경쟁자는 젊은층이 대거 몰리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경기확장세가 지속되는 미국에서조차 유통체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올 들어 문들 닫은 소매점포가 2000개 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뿐이 아니다. 하다못해 주52시간근무제, 청탁금지법, 미투운동까지 자영업자들에게 엄청난 악재다. 미투운동 여파로 회식모임을 노래방에서 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불원천 불우인(不怨天 不尤人), 하늘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사람 탓도 하지 않는다. 자영업자 당신들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누구도 탓하지 말고 누구도 원망하지 마시라. 아무리 어렵더라도 가게를 창업하고 자영업에 나서는 것은 바보짓이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다. 자영업이라는 가망 없는 전투에 참가하기보다 철저히 절약하고 최저생계비만 나오면 직장에 다니는 생존 집중전략이 훨씬 현명하다.

박종면 본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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