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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글로벌 이슈/서동일]스핑크스, 떠돌이 개… 그 중간쯤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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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6일 이집트 카이로의 나일 강변 모습. 요즘 이집트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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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 카이로 특파원


이집트 여행이 어떠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미라가 꼭 보고 싶은데 테러가 걱정되고 현지 정보도 매우 부족하다”는 말과 함께. 여행 책자나 블로그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보를 정리해 봤다.

한국 정부는 이집트를 ‘여행 자제’ 국가로 분류했다. 다만 프랑스, 터키 같은 ‘여행 유의’ 국가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한-이집트 의원친선협회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집트를 찾았다. 그는 “침체된 관광산업 부활에 집중하고 있는 이집트가 여행경보 단계 하향을 요구하고 있다. 그 대신 우리가 이집트에 무엇을 얻어내면 좋을지 교민들의 의견을 구하고자 한다”고 최근 기류를 전했다.

테러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위험도 높지 않다. 2013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확보하면서 테러 발생 가능성도 확 줄었다. 일본도 지난해 6월 이집트 여행경보 단계를 한 단계 낮췄다. 이집트에서는 2014년 후 지금까지 메르스 확진 사례도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메르스가 발견된 2012년부터 전 세계 발병 사례의 80%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왔다.

이집트인의 한국 문화 및 음식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높다. 중동·아프리카의 4년제 정규대학 중 가장 먼저 한국어학과가 만들어진 곳도 이집트 아인샴스국립대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카이로 남쪽 마아디 지역 한식당들도 인기다. 현지 물가를 감안할 때 절대 싼 편이 아님에도 많은 이집트인이 찾는다.

환율도 점점 여행에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달러 대비 이집트파운드(EGP) 가치는 약 17.5. 이집트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말엔 이 수치가 20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연말에 오는 여행객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이집트파운드를 손에 쥘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위생에 민감한 여행자라면 쾌적한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 지난해 세계 24개국, 48개 도시를 대상으로 공기 질, 소음 등을 측정한 연구에서 카이로(95점)는 세계 1위 오염 도시로 꼽혔다. 2위 인도 델리(86점), 3위 중국 베이징(76점)보다 월등히 높다. 길가에 수북이 쌓여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얗게 이는 먼지, 낡은 자동차가 내뿜는 시커먼 매연, 쉴 새 없이 울리는 경적 소리도 감수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도 포기하는 편이 낫다. 신호등 및 차선이 없는 도로가 많고 시내버스는 도대체 어떤 체계로 운영되는지 알 길이 없다. 길을 걸으면 택시들이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리는데 이는 ‘비키라’가 아닌 ‘타라’는 뜻. 다만 미터기 없이 매번 값을 흥정하는 형태라 바가지요금의 위험이 도사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호출해 정액을 내는 우버나 카림 서비스를 이용하길 권한다.

덩치 큰 ‘떠돌이 개’도 조심해야 한다.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떠돌이 개는 1500만∼2200만 마리에 이른다. 해마다 개에게 물려 다치는 사람만 약 17만 명. 이 중 약 200명은 광견병으로 숨진다. 세수가 부족한 이집트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주인 없는 개를 보면 얼른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지난해 한 이집트 국회의원은 현지 언론에 “‘개를 먹는’ 한국으로 떠돌이 개를 수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화들짝 놀란 주이집트 한국대사관 측은 외신기자들을 불러 “그럴 일 없다”는 설명회까지 열어야 했을 정도다.

이렇듯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지만 이집트가 갖고 있는 가치는 분명히 크다. 인류 문명의 원류인 엄청난 문화유산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고 한국에 대한 호의적 정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이집트 국가안보보좌관은 카이로에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를 만나 ‘한국과 이집트의 정서적 동질감’을 강조하며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한국은 일본, 이집트는 영국 식민지 경험이 있다. 또 제2의 수에즈 운하 개발 당시 이집트는 해외 자금 대신 시민 투자를 받는 ‘국민펀드’를 모금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과 흡사하다.” 이집트는 한 번쯤 여행하기 괜찮은 나라다. 이집트 생활 7개월째에 접어든 기자의 생각이다.
서동일 카이로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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