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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교황청, ‘아동 성학대’ 전 추기경 사제직 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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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 의혹 제기 이후 ‘단죄’

추락한 가톨릭 권위 회복 일환

비난 여론 잠재우기 시각도

바티칸 교황청이 각종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시어도어 매캐릭 전 추기경의 사제직을 박탈한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매캐릭은 이미 지난해 미성년자 성학대 의혹으로 추기경단에서 제외되면서 가톨릭 최초로 파면된 추기경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교황청의 강화된 조치를 두고 잇딴 성직자 성범죄로 추락한 가톨릭 교회의 권위를 세우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교황청은 성명에서 “자체 조사 결과 매캐릭이 고해성사 도중 복사(성직자 미사 집전을 돕는 소년), 신학도들에게 성적 행위를 강요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엄중한 처분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캐릭은 뉴욕교구에서 일하던 1970년대 초반 10대 복사를 성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추기경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황청은 피해자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지 오래돼 형사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교황청은 교회법상 지난달 11일 매캐릭에게 유죄가 선고됐으며, 매캐릭이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캐릭은 앞으로 미사를 집전하거나 성체성사 등을 할 수 없으며 사제복 착용도 금지된다. 교회의 재정적인 지원도 끊긴다. 2001~2006년 미국 워싱턴 대교구장을 지낸 매캐릭 전 추기경은 현재 캔자스주의 한 수도원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발표는 교회 내 성학대 예방과 아동 보호대책을 논의하는 21일 세계주교회의 개최를 며칠 앞두고 나왔다. 앞서 미국·칠레·독일 등 세계 전역에서 사제들의 성범죄와 교회 지도부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왔다. 최고위직인 추기경에 대한 단죄는 가톨릭 교회에 대한 세간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일 사제들의 수녀 대상 성범죄 실태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의 문란한 성생활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자금 마련책이었던 그의 범죄를 모른 척했다는 지적도 다시 제기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때 매캐릭에게 내려진 제재 조치를 2013년 해제한 바 있다. 사제들의 성범죄 피해자 중 한 명인 필 사비아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하는 일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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