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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노동자 죽이는 일터’,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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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화 대전공장 내 추진체와 연료부를 분리하는 이형공실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20대 청년 2명과 30대 가장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대 청년 중 한 명은 대학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원했던 대기업 정규직의 꿈을 이뤘건만, 졸업장도 받아보지 못한 채 평생을 지켜줄 줄 알았던 일터에서 생을 마감한 것이다. 30대 가장에겐 네 살배기 딸이 있다고 한다. 어린 딸은 장례식장에서 아빠의 죽음도 모른 채 친척들에게 재롱을 피웠다고 한다. 가족들로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안타깝고 참담하다.

한화 대전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로켓추진연료 충전 과정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 노동자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불과 9개월 사이에 같은 일터에서 8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것이다. 한화는 지난해 대전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486건의 법 위반 사항까지 적발돼, ‘작업환경 개선 명령’까지 받은 터였다. 한화는 그사이 뭘 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전노동청은 지난해 7월 한화의 시정조치 완료 후 현장점검을 통해 작업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때 제대로 살폈더라면, 3명의 속절없는 죽음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95곳 국내 방산업체에서 일하는 수만명의 노동자들은 다른 산업현장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있다. 그런데도 이렇듯 허술하게 관리했다면 정부 역시 ‘계속된 노동자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안전 문제는 무엇보다 우선한 국가적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이런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산업현장 곳곳은 여전히 안전에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2016년 노동자 1만명당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0.58명으로 독일·일본에 비해 3배가 넘고, 미국보다는 약 2배 많다. 한해 1000명에 가까운 아까운 생명이 ‘일터에서의 사고’로 억울한 죽음을 맞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정부도 올해 들어 잇따라 내놓은 ‘산업재해 사망자 수 절반 감축 대책’ ‘국가안전대진단 결과 공개 의무화 및 지자체 평가제’ 등의 조치를 차질없이 수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노동 존중’ ‘안전한 나라 건설’은 헛구호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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