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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일주일이면 회사설립"…`韓 미래심장` 판교 입주 17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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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밸리 24시 ◆

매일경제

판교 제1테크노밸리를 소개하는 입간판이 서 있는 판교의 중심가 `유플레이스` 모습. [판교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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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본사를 둔 로펌 '윌슨 선시니 굿리치&로자티'(WSGR)는 구글, HP, 넷플릭스, 테슬라, 트위터,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법률 자문으로 유명하다. 이런 WSGR가 한국, 그중에서도 판교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안에 대해 정통한 한 관계자는 "향후 판교에 위치한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커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판교에서 파트너를 찾으려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WSGR처럼 대형 IT 회사들의 지식재산권을 다루는 로펌들이 판교에 진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곳에서 차세대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IT 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국내 로펌들도 판교로 가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지난해 대형 로펌 최초로 판교 분사무소를 연 데 이어 법무법인 세종도 사무소를 열었다.

이경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세종, 태평양은 이미 판교에 들어와 있고 김앤장도 판교 사무실 설립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로펌들의 관심이 크다"며 "이 밖에도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등 스타트업 관련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이 판교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에서 돈을 번 신흥 벤처 부자들이 몰린다는 소식에 은행들도 분당에 있던 PB센터들을 빼서 이곳으로 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자산관리센터를 분당지점에서 판교 알파돔시티로 이전했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판교에 지점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는 판교가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들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판교가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반경 1㎢도 채 되지 않는 판교 테크노밸리 안에 대부분의 기업이 모여 있는 '집적' 효과다. 카카오, 안랩, 넥슨, 엔씨소프트, 한글과컴퓨터 등 IT 회사들을 비롯해 메디포스트, 차바이오텍, SK케미칼 등 바이오 회사들이 테크노밸리 안에 뭉쳐 있다. 이 1㎢ 안에 모인 기업들이 연간 생산하는 매출액만 80조원가량이며 영업이익은 20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제주도에서 연간 생산되는 부가가치의 합계(GRDP)가 18조원이기 때문에 판교 1㎢ 안에서 생산되는 경제적 가치가 1849㎢ 안에서 나오는 그것에 비해 큰 것이다(이상 2017년 기준). 기업들이 이처럼 집적돼 있기 때문에 인재를 구하기도 쉽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직원을 뽑기 위해 점심시간에 옆 회사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판교에선 사람을 구하기 매우 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인력을 충원할 때 아예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주요 IT 회사 1층 커피숍에 인사팀을 상주시켜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유·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원은 "대기업에서도 다양하고 젊은 인재가 모이는 판교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테스트베드로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례로 판교에 위치한 벤처기업들이 선보이는 공유경제, 구독경제의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에 대해 대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가 이처럼 탈바꿈한 것은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일제시대 때까지 운중천에 널판지를 놓고 다리를 건너던 동네여서 '너더리(널다리)' 동네라 이름이 붙었던 판교는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한 그린벨트 조치(1976년) 때문에 1990년대까지 개발이 제한됐던 곳이다. 2000년 임창열 당시 경기도지사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IT, BT 벤처단지로 조성해 달라고 건의하면서 지금의 제1판교테크노밸리에 대한 사업 승인이 났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고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까지 겪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2015년에야 입주가 완료됐다.

하지만 입주 3년이 지난 지금 판교는 명실상부한 스타트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2019년 제2판교테크노밸리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면 2000여 개 기업에서 10만명가량이 제1, 제2판교테크노밸리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판교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판교는 향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심장으로 거듭나길 꿈꾸고 있다. 4년 뒤인 2023년 제3판교테크노밸리가 완공되면 제1~3판교테크노밸리를 합쳐 총 1.67㎢ 면적 안에 2500여 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모두 13만명의 근로자가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는데 이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근로자 수(약 6만9000명)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제1판교테크노밸리는 IT·BT·CT·NT 등 융합기술 중심의 연구개발단지로, 제2판교테크노밸리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산업과 지식문화산업이 융합된 첨단산업단지로, 제3판교테크노밸리는 블록체인 등 미래 금융산업허브로 차별화해 운영한다.

[판교 = 신현규 / 수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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