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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용진 부회장이 화장품 사랑에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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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내놓은 색조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 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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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51)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또 한 번 시험 무대에 올랐다. 신규 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을 출시하며 고부가가치 산업인 화장품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안테나숍’을 개점했다. 색조화장품에 중점을 둔 스톤브릭은 이날 선보이자마자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에 젊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립완구인 ‘레고’를 연상시키는 립스틱 케이스와 형형색색의 색깔은 그간 화장품 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컨셉트다. ‘브릭’ 형태이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립스틱을 한꺼번에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다 쓰면 리필이 가능하니 경제적이다. 스톤브릭은 립스틱 95종, 액세서리(퍼프, 브러시 등) 116종 등 총 211종으로 구성돼 아기자기한 아이템을 찾는 10~20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스톤브릭의 론칭 소식은 정 부회장이 지난 12일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먼저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조만간”이라는 글과 함께 스톤브릭의 립스틱과 아이섀도 등 4장의 사진을 게재했고, 13일에는 스톤브릭의 SNS 공식계정을 알리고 홍대 인근에 안테나숍 오픈 소식을 전하는 등 홍보에 적극 나섰다.

정 부회장의 화장품 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6년 이마트(현재 40개 매장)에 입점한 PL(Private Lavelㆍ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브랜드 ‘센텐스’를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 론칭했다. 센텐스는 얼굴과 헤어, 바디 등 기초화장품 및 향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영국의 H&B(Health&Beauty) 편집숍 ‘부츠’를 국내에 들여왔으며, 지난해 론칭한 잡화편집숍 삐에로쑈핑에서도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색조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한 건 뷰티사업에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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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의 뉴오더 듀얼 액티브 세럼.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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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증명한 ‘화장품 성공신화’

신세계는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을 올려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면세점, 화장품 사업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이를 진두지휘 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경영 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사장은 신세계백화점과 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을 맡고 있고, 오빠인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을 각각 나눠 경영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매출이 5조1,8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3.9%가 늘었고, 영업이익도 14.8%가 증가한 3,970억원을 냈다고 15일 공시했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건 화장품 사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는 중국 증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 중이다. 비디비치는 지난해 연매출 1,200억원대를 이룬 메가 브랜드로, 올해는 영업을 시작한지 17일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관광 비수기와 중국 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시행 등으로 면세점 매출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을 깨고, 중국 내 탄탄한 수요에 매출이 증가해 이뤄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인수된 비디비치는 2017년 매출이 전년보다 126%나 상승한 229억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5억7,000만원을 내며 빠르게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한방화장품 브랜드 ‘연작’도 출시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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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신세계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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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의 성장도 무섭다. 지난 2016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을 시작으로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 광주점, 본점 등에 이어 강남역, 반포 센트럴시티 등 로드숍도 문을 열면서 외연을 확장했다. 시코르는 국내 화장품뿐만 아니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슈에무라와 나스, 맥, 바비브라운 등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까지 품으면서 200개가 넘는 다양한 뷰티 브랜드로 10~50대 여성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특히 자유롭게 화장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뷰티 스테이지 운영 등으로 젊은 소비층의 취향도 맞췄다. 최근에는 20~30대 주요 고객을 타깃으로 신세계백화점과 KEB하나은행이 손잡고 만든 ‘시코르 카드’가 출시 넉 달(지난해 10월19일~올 2월10일)만에 신규 활동고객 3만여 명을 확보 등 선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시코르 카드’의 20대 고객 매출비중은 31%, 이용건수 비중은 37%로 나타났고 그 뒤를 30대 고객이 따랐다. 매출비중의 경우 20~30대를 합하면 전체의 60%에 달해 카드 소비의 주 고객층인 40~50대의 매출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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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 1호점이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쇼핑몰 ‘알 낙힐 몰’에 개점했다. 신세계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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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쇼크’…정 부회장의 ‘빅 피처’는?

동생인 정 사장의 화장품 사업에서의 성과는 정 부회장에게 적잖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부회장이 총력을 기울이는 이마트의 실적이 부진해서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17조491억원으로 전년보다 9.9%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4,628억원으로 20.9%나 떨어지면서 “대형마트나 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이 점점 갈 곳을 잃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도 마트와 슈퍼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모두 하락했다. 특히 롯데마트 등 할인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8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나 감소했고, 롯데슈퍼는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621억원의 손실을 냈다.

최근 소비자들이 모바일과 온라인쇼핑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유통업계 지각변동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켓배송’ 등으로 히트를 친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 기업의 성공사례가 오프라인 매장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심지어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마트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정 부회장의 실적 부진을 이겨낼 돌파구는 화장품 사업이 아니겠느냐”며 “어마어마한 유통망을 자랑하는 신세계를 앞세워 화장품 사업에 힘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트의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필리핀 등 해외에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스톤브릭도 일단 홍대점 1개만 문을 열고, 타 유통채널에 입점해 해외에도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톤브릭을 NB(National Brand)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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