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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사설] 폼페이오 ‘제재 완화’ 언급… 北, 통 큰 결단으로 화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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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적 긴장 완화도 검토/북한 비핵화 견인 위한 메시지/내주 북·미 실무협상이 분수령

세계일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고 말했다. “비핵화만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한 긴장 완화 및 군사적 위험 제거, 북한 주민의 밝은 미래 창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대북 메시지다. 그는 “가능한 한 멀리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꺼내든 카드는 크게 보아 제재 완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두 가지다. 긴장 완화를 위한 북·미 간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 채택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협상 타결을 위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결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이제 북한에 공을 넘기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마지노선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한 검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소련과의 군축협상 때 인용한 러시아 속담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를 언급하면서 “비핵화 조치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수년간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해왔지만 우리가 한 것은 충동구매였다”면서 검증 절차 없는 합의를 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작업을 하는 미국팀이 이번 주말 아시아로 파견된다. 북한 협상팀을 만나 회담 의제 등을 논의하게 된다. 지난 6일부터 사흘간 방북해 북한의 요구사항을 점검했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2차 정상회담이 ‘다시 만나자’는 식에 그친다면 짝짜꿍 놀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라는 요구다. 미 국무부는 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하는 구호단체들을 대상으로 대북제재와 북한 여행금지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여러모로 협상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한·미 간 대북 공조 엇박자에 대한 미국 내 우려는 여전하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과 로버트 메넨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 있어 한·미 간 공조에 관한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냈다. 대북제재에 빈틈이 없어야 할 한국 정부가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으로 비친다는 데 대한 걱정을 담았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성급하게 대북제재 완화에 나설 경우 한국의 은행과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경고했다. 북·미 협상이 중대 고비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정부는 굳건한 한·미 공조체제만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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