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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넥슨 · 넷마블 실적 성적표 ‘和而不同’… 통합 시너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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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발표 시즌이 마무리된 가운데 국내 1·2위 게임업체 넥슨과 넷마블의 성적표가 엇갈렸다. 넥슨이 중국 ‘던전앤파이터’를 중심으로 견고한 수익구조를 유지한 반면 신작 기근에 시달린 넷마블은 주춤했다. 한편으로는 양사의 장단점도 극명하게 갈려 권영식 넷마블 대표가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한 ‘인수 시너지’도 분명해졌다. 유명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넥슨과 IP 활용 모바일게임 흥행에 일가견이 있는 넷마블의 만남이다.

매경게임진

<사진=넷마블 방준혁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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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넷마블은 외부 IP 게임 비중이 매출의 58%가 넘는다. ‘리니지2 레볼루션(21%)’과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18%)’ ‘해리포터(7%)’, ‘마블퓨쳐파이트(6%)’,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6%)’까지 주력 작품이 모두 외부 IP 게임으로 꾸려졌다. 넷마블을 대표하는 자체 IP 게임인 ‘모두의 마블’과 ‘세븐나이츠’는 각각 4%에 불과하다. 흔히 일컬어지는 ‘넷마블은 자체 IP가 부족하다’라는 지적을 방증한다.

반면 넥슨은 풍부한 자체 IP를 보유했다. 한국과 중국 시장 등에서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던전앤파이터’를 필두로 ‘서든어택’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사이퍼즈’, ‘마비노기’ 등 넥슨코리아와 자회사들이 개발한 인지도 높은 유명 게임들이 즐비하다.

주력 시장과 플랫폼도 상이하다. 양사의 결합이 상호보완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두 회사 모두 한국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췄다. 4분기 기준 넥슨은 한국 매출 비중이 34%, 넷마블은 32%다. 그러나 플랫폼은 다르다. 넥슨의 한국 시장 내 모바일게임 매출 비중은 20%, 넷마블은 90% 이상이다.

글로벌 시장 매출 비중을 살피면 더욱 뚜렷하다. 넷마블의 경우 북미 매출 비중이 33%로 가장 높다. 반면 넥슨은 중국 매출이 39%로 가장 높고 북미 시장 매출은 9%에 그친다. 주력 매출 플랫폼도 넥슨은 PC(71%)의 비중이 높은 반면 넷마블은 모바일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넷마블이 넥슨 인수에 성공할 시 얻는 실익은 단순 규모의 확대 이상이다. 당장 넥슨이 보유한 IP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넷마블의 기회는 크게 늘어난다. 넷마블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누구보다 IP를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자체 IP가 부족하다는 평가는 역설적으로 넷마블의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되는 셈이다. 권 대표가 말하는 시너지 효과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넷마블의 넥슨 인수는 연매출 4조원 이상 대형 게임회사의 출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도 의미 깊다. 전세계 게임기업 매출 톱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넥슨의 연간 순이익이 1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현금 창출 능력도 대폭 늘어난다.

넷마블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인 ‘속도’ 경쟁력도 해결할 수 있다. 넷마블의 경우 과거 여타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개발 속도로 유명했다. 한창 게임을 쏟아내던 2015년에만 20종 이상을 출시했다. 그러나 강도 높은 근로 환경이 문제가 된 이후 속도가 느려졌다. 근무 인원이 5000여명 수준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넷마블이 출시한 모바일게임은 해외를 포함해 8종이다. 넥슨 인수는 단숨에 부족한 라인업 숫자를 늘리는 것은 물론 대규모 프로젝트의 속도 단축에도 기여 가능하다.

더욱이 최근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인 플랫폼 다변화에 대한 대응력도 해소된다. 넷마블의 경우 현재 대다수 개발력이 모바일에 집중된 상황이다. PC 및 콘솔 플랫폼 역량은 약하다고 평가된다. 여전히 PC게임의 비중이 큰 넥슨과는 비견되는 부분이다. 넥슨은 매년 새로운 PC 게임을 꾸준히 제작했다. 콘솔로의 전환이 모바일보다는 PC게임이 적합하다는 측면에서 넥슨 인수를 통해 얻을 실익이 많다. 넥슨은 이미 지난해 미공개 콘솔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양사의 문화가 다르다는 점은 걸림돌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넷마블이 인수할 경우 넥슨의 주요 개발진의 이탈 가능성도 엿본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넷마블이 일하는 문화 개선에 힘써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보장할 공산이 크다. 인력 조정 등 사업구조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 넥슨 인수의 최대 실익은 매출이나 이익 극대화가 아닌 IP와 개발역량인 탓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김동희 연구원은 “넷마블의 ‘IP와 개발 경쟁력’이 넥슨 인수로 레벨업될수 있다는 점, 국내 게임산업도 넥슨의 양질의 게임IP와 개발력, 브랜드가치의 해외 시장 유출 가능성 낮아진다는 측면에서 넷마블의 M&A 성공은 국내 게임산업 발전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임영택기자 ytlim@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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