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아이낳아 키우기 힘든 대한민국…가난 대물림 안하고 안낳는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日 1989년 이후 생산가능인구 증가율 급락, 부동산 거품 붕괴…저성장 국면 진입 / '마이너스 성장'의 깊은 늪…소비 인구 줄어들고 경제 활력도 점차 감소 / 韓 20년 전 日 그대로 닮아가…지난해 합계출산율 1명도 안돼 / 합계출산율 1.0명 이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우리 인구, 자연감소 국면 진입할 듯 / 출산율 하락, 기혼여성의 출산 기피가 원인…근본적으로 결혼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이웃나라 일본은 15~64세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급락한 1989년 이후 부동산 거품 붕괴와 맞물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는데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된 1997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의 깊은 늪에 빠졌습니다.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소비하는 인구 자체가 줄어든데다, 기대수명 연장으로 노후 대비가 늘면서 경제 활력이 점차 감소했는데요.

우리나라는 20년 전 일본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6~0.9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합계출산율 1.0명 이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이대로라면 우리 인구는 곧 자연감소 국면에 진입하게 되는데요.

전문가들은 예전부터 합계출산율 1명 선이 위태롭다고 경고해왔습니다. 이런 예측이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 등 '당근'을 뿌리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돈을 뿌려도 합계출산율이 오르기는커녕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출산율 하락은 기혼여성의 출산 기피도 한 이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결혼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도 출산·육아 과정에서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는 상황이 벌어지면 생애 소득은 급감할 공산이 큽니다. 직장을 그만둔 이후 재취업할 땐 이전보다 더 낮은 소득의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 결국 결혼·출산으로 한국 여성의 생애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현실에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물론 기혼여성의 육아와 출산 관련 지원 정책을 꾸준히 유지해 출산율의 추가적인 상승을 유도해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통해 2030대 취업난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직원의 출산·육아를 적극 지원하는 가족친화적 기업에 대해 세제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인 출산율 제고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결혼하면 임신해서 출산해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녀가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기혼여성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는데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자녀출산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는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기혼여성의 자녀 가치관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15~49세 기혼여성(1만1161명)을 대상으로 자녀의 필요성, 자녀가 필요한 이유 등을 조사했는데요.

조사 결과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는 49.9%였습니다. 2015년 조사 때(60.2%)와 비교하면 10.3%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는 32.8%, '없어도 무관하다'는 16.9%로 나왔는데요.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2015년 조사 때(10.6%)와 비교해 6.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자녀 필요성을 긍정한 기혼여성(9265명)에 한해 자녀가 필요한 이유를 물어본 결과 '가정의 행복과 조화를 위해'가 81.1%로 가장 많았습니다. '심리적 만족을 위해'는 15.6%로 그 다음이었는데요.

이밖에도 '가문(대)을 잇기 위해'(1.2%), '주변 사람들이 자녀를 갖는 분위기여서'(0.7%), '노후생활을 위해'(0.5%), '부모님이 원해서'(0.5%), 제사를 지내고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0.4%) 등의 응답도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자녀가 필요한 이유는 경제적 혹은 수단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것임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녀의 필요성을 부정한 기혼여성(1896명)을 대상으로 자녀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질의한 결과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25.3%),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기 위해'(24.1%), '자녀가 있으면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서'(16.2%), '부부만의 생활을 즐기고 싶어서'(15.6%), '경제적으로 자녀 양육이 어려워서'(11.3%) 등의 순이었는데요.

자녀가 필요한 이유는 정서적인 데 반해 자녀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경제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기혼여성의 인식이 옅어지고 있는 것과 함께 미혼여성 사이에서도 출산에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사연의 '미혼 인구의 자녀 및 가족 관련 생각' 보고서를 보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서 20∼44세 미혼 남녀 약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보니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미혼여성은 48.0%에 이르렀습니다.

◆기혼여성 84.8% "향후 출산 계획 없다"

우리나라 기혼 여성들은 35세가 넘어가면 출산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통상 기혼 여성들 중 2명 이상의 자녀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출산율은 그에 미치지 못했는데요. 여성들은 그 원인으로 어려운 일·가정 양립 실현과 양육 부담을 장애물로 꼽았습니다.

보사연의 '자녀 출산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 현재 배우자가 있는 15~49세 유배우 여성의 84.8%가 '향후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출산 계획이 있는 여성의 비율은 10.4%로, 3년 전인 2015년 12.0%보다 1.6%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생각중이거나 모르겠다는 비율은 4.8%였는데요.

대부분의 여성들은 35세 이전에 출산을 마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령별로 향후 출산 계획이 없는 유배우 여성 비율은 25세 미만 45.8%, 25~29세 46.3%, 30~34세 55.9% 등 30대 초반까진 50% 안팎을 보이다가 35~39세 때 82.3%로 26%포인트 이상 높아졌는데요. 이후 40~44세 94.4%, 45~49세 98.7%까지 올라갔습니다.

세계일보

출산 계획을 세운 경우도 25세 미만에서 44.2%로 가장 높았다가 30~34세 때 30.2%까지 서서히 낮아진 뒤 35~39세 때 3분의 1 수준인 11.9%까지 급감했는데요. 40세 이후부턴 3.4%와 0.7%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보사연은 "대부분 출산이 35세 이전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만혼화 현상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자녀 출산 계획을 세우고 있는 기간이 짧다는 의미이며 이것이 출생아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사연 "대부분의 출산 女 35세 이전에 이뤄져"…출산계획·연령 상관관계 높아

향후 출산 계획이 없어 출산이 완결된 유배우 여성 9011명은 출산 중단 이유로 '자녀 수가 충분하다'는 것과 함께 '본인의 고연령'을 많이 꼽았습니다(각 20.1%).

이는 출산 계획과 당사자 연령 간 관계가 실제로 높다는 방증인데요.

그 다음으로는 '자녀 교육비 부담'(16.8%), '자녀 양육비 부담'(14.2%), '소득·고용불안정'(7.9%), '일·가정양립 곤란'(6.9%) 등 답변이 뒤를 이었습니다.

보통 실제 출산한 자녀수와 향후 출산을 계획한 자녀수를 더한 것을 '기대자녀수'라고 부르는데요. 특히 유배우 여성의 기대자녀수는 여성이 전체 가임 기간에 낳은 평균 자녀수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결출산율'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조사 결과 기대자녀수는 1.92명이었는데요. 구체적으로 2명이 60.9%로 가장 많고 1명(21.2%), 3명 (14.2%), 무자녀(2.1%), 4명 이상(1.6%) 순이었습니다.

세계일보

이는 출생아수인 1.75명보다는 많지만, 평소 기혼 여성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수 2.16명보다 0.24명 적은 수준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기혼 여성들은 원하는 만큼 자녀를 출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사연은 "국가가 개인에게 (출산이라는) 선택을 강요해선 안되지만, 선택하고 싶은 항목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자녀 출산 및 양육을 위한 경제적 지원,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이 최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가임女 인구도 줄어…출생아수 덩달아 감소

가임여성(15~49세) 인구까지 줄어들어 올해 출생아 수 전망은 더 암울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청의 '2018년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가임여성 인구는 1231만1997명으로, 전년(1252만68명) 대비 20만8071명 감소했는데요.

가임여성 인구는 2014년 1290만9337명에서 지난 5년간 59만7340명 줄었습니다.

다른 연령대보다 안정적으로 출산할 수 있는 결혼적령기(25~34세) 여성 인구는 지난해 기준 315만1683명으로 5년 사이 30만여명 감소했는데요.

인구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데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보편화하면서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0.95명으로 1명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세계일보

그렇다보니 출생아 수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1~11월까지 출생아 수는 30만3900명으로 전년 동기(33만2600명) 대비 8.6% 감소했습니다. 11월 한 달간 태어난 아이는 2만5300명으로 동월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결혼·출산이 삶의 질 높이는 선순환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미혼남녀의 저출산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어떨까요.

국내 1위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최근 미혼남녀의 출산 인식을 조사 분석해 '2019 출산 인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미혼남녀의 저출산 문제 인식은 매년 하락하고 있었는데요.

올해 조사에서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63.7%로 2017년 68.3%, 지난해 65.5%보다 점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여성은 2017년 62.9%, 2018년 58.3%, 2019년 52.8%로 2년새 10%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남성은 각각 73.7%, 73.0%, 75.1%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국가 출산 정책에 대한 미혼남녀의 기대는 미온적이었는데요.

저출산 정책이 출산 의지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이 51.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부정적'(부정적+매우 부정적) 인식은 무려 37.5%에 달했습니다. 저출산 정책 선호도는 '보육 지원'(25.1%), '출산 지원’(23.3%), '주거 지원'(20.4%) 순이었습니다.

박수경 듀오 대표는 "현재 인구정책은 밀레니얼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정된 결혼관에서 벗어나 정책 기조를 개인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결혼생활이 행복하다'는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결혼과 출산 정책이 지원되어야 한다. 개인이 행복한 결혼을 지향하여 결혼과 출산이 삶의 질을 높이는 시대의 기틀을 하루 빨리 다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의 25세 이상 39세 이하 미혼남녀 1000명(남성 489명·여성 51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