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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글로벌pick] '경기 심상찮다'‥2년반만에 '역캐리'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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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3년물이 7일짜리 MMF 금리보다 낮아져

유럽발 경기둔화 우려 집중..'채권시장, 금리인하에 베팅'

이데일리

△브렉시트 강경파인 프로-브렉시트(pro-brexit)가 런던 중부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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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채권시장은 전문가들이 뛰는 곳이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지금의 현실보다 앞으로의 변화에 놓여 있다. 채권 금리가 미래의 기대 값을 반영하는 이유다. 채권시장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기 둔화 우려가 심상치 않고, 이에 대응하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13일 한국은행 및 채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796%까지 떨어졌다.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7일물 금리(1.84%)보다 더 낮다. 이런 역캐리 상황은 올 초부터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말 이후 약 2년 5개월만에 이른바 ‘역캐리(Negative Carry)’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가 높아진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채권의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초단기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와 만기가 긴 채권을 보유(캐리)하면 금리 차이만큼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금리가 역전되는 역캐리 국면에서는 채권 보유로 얻는 수익이 조달비용보다 적어진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3년만기 국채금리가 7일짜리 채권의 금리보다 낮아졌다는 현상은 미래의 시중금리가 지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 시장이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다. 추가적 금리 인하 기대감 때문에 ‘역캐리’를 감내하고서도 자본차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반영된 현상이다.

유럽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설 연후 이후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강화됐다. 국고채 3년물은 1.7%대로 다시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국내 채권뿐 아니라 미국채 10년물도 연방기금금리 수준인 2.5%대, 독일채 10년물도 0.0%대로 고평가 국면에 있다.

유럽 경기 둔화 우려와 호주 경제성장률 대폭 하향 조정, 미·중 무역갈등 협상 불확실성 등 채권시장은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비둘기파 전환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했던 지난달도 채권시장은 조정폭이 크지 않았다. 위험자산 선호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이 버텨낸 원인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우려를 지목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 전환과 미중 무역협상 대화 재개 등으로 당분간 주식시장과 같은 위험자산 선호가 우세할 줄 알았는데, 시장은 유럽 경기둔화 우려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글로벌 위험 선호 분위기가 주춤해졌기 때문에 유럽 경기 반등을 확인해야 주식시장은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연말 2506.85포인트에서 2702.88%까지 8%가량 올랐고, 코스피지수 역시 2200포인트까지 10%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국고채 3년물은 지난한달 0.8bp(1bp=0.01%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채권시장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유럽연합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제시한 1.9%보다 0.6%포인트 낮춘 1.3%로 수정했다. 물가전망치도 1.8%에서 1.4%로 낮췄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했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물가 전망치를 0.4%포인트 하향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8일 통화정책 결정회의 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8회계연도(작년 7월~올해 6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5%에서 2.5%로 뚝 떨어뜨렸다. 신흥국 가운데서는 인도 중앙은행(RBI)이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6.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긴축 카드’를 포기했지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문을 닫은 상태다. 채권시장은 고평가됐고, 위험자산인 주식시장도 불안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역캐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데일리

출처: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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