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집 전 총리 국고 5조 횡령 혐의
비자금 집사 역할 38세 금융인
연인이던 미란다 커엔 91억 보석
연루된 월가 투자은행도 수사 중
나집 라작.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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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에 따르면 이 스캔들을 조사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등 적어도 12개국에 달한다. “단순히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말레이시아를 부끄럽게 하는 거대한 국제적 스캔들”(브리짓 웰시 존 카보트 대학 부교수), “세계 최대 규모의 도둑 정치(Kleptocracy) 사건”(로레타 린치 전 미 법무부 장관) 등의 지적이 나온 이유다.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은 경제개발 목적으로 설립된 1MDB의 공적자금을 5년여에 걸쳐 4조~5조원가량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법무부가 이 돈의 흐름을 추적한 결과 미국 베벌리힐스와 뉴욕, 영국 런던 등지의 부동산과 고가 미술품, 사치품 등에 흘러 들어간 정황이 드러났다. 린치 전 법무부 장관은 “다수의 부패한 관료들이 이 공공재산을 마치 개인 은행 계좌처럼 다뤘다”고 밝혔다. 4분의 1가량은 나집 전 총리의 개인 계좌로 옮겨졌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그의 아내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의 사치 행각에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레이 당국은 보고 있다. 만소르 여사는 ‘말레이판 이멜다’라 불릴 정도로 현지에서 사치의 여왕으로 통한다.
조 로우.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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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스캔들 중심에는 금융인 조 로우가 있다. 그와 친분을 맺은 모델 미란다 커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 사태로 유탄을 맞았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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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스캔들 중심에는 금융인 조 로우가 있다. 그와 친분을 맺은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 사태로 유탄을 맞았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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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는 부유한 말레이시아계 중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억만장자 금융인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유학을 했는데 영국 명문인 해로우스쿨에 다닐 당시 나집 전 총리의 의붓아들인 리자 아지즈와 연을 맺게 됐고, 이 덕으로 2000년대 후반 금융업에 발을 들였다고 CNN은 전했다. 아지즈는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하는 레드 그래나이트 픽처스라는 영화사를 세웠는데 로우는 그와의 친분을 발판으로 디캐프리오와 커 같은 유명인과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고 한다. 로우는 2010년 말레이시아 일간 더 스타와의 인터뷰에서 “해로우는 유럽과 아시아, 중동 명문가의 자녀들을 배출했다. 내가 요르단 전 왕의 아들을 만난 것도 그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의 왕족과 친분을 맺었다. 힐튼 등 유명 인사들과 호화 파티를 즐기는가 하면 골드만삭스 직원들을 ‘브로(Bro·형제)’라고 부르는 등 그의 인맥은 국경을 넘나들었다.
말레이시아 스캔들 중심에는 금융인 조 로우가 있다. 그와 친분을 맺은 힐튼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 사태로 유탄을 맞았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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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로우의 호화 요트‘에쿼니머티’호.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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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후속보도를 이어갔고, 말레이시아 관리들은 이를 토대로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1MDB 사무실을 급습했다. 미국 등 관련국에서도 잇따라 조사에 착수했지만, 나집 전 총리가 재임하던 시절이라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비자금 스캔들을 수사 지휘하는 법무장관을 해임하고, 언론 보도를 통제한 것이다. 결국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 혐의로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다 지난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다시 수사가 시작됐다. 마침내 말레이시아 당국은 약 1억원의 총리 연봉 외 별다른 수입이 없던 나집 전 총리 일가의 자택에서 2억7300만 달러(약 30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압류했다. 여기에는 1400개의 목걸이, 567개의 고가 핸드백, 423개의 시계, 2200개의 반지, 1600개의 브로치 등 명품이 포함됐다.
나집 전 총리는 현재 1MDB 관련 자금세탁과 반부패법 위반 등 총 42건 혐의에 직면해있으며, 부인 만소르 여사도 자금세탁 등 16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나집 전 총리에 대한 첫 공판은 12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총리 측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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