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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신세돈의 이코노믹스] 저소득층 소득 줄고 양극화 심화시킨 ‘소주성’은 F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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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 늘어나고

설상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되며

자영업 열 곳에 여덟 곳 소득 감소

명목가계소득 증가 빼곤 모두 낙제

가처분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

반강제적으로 지불하는 비용 급증

J노믹스의 불안한 성적표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 수단인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소득 증대가 궁극적 목표다. 가계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투자가 따라 늘어서 성장궤도가 선순환된다는 ‘①소득→②소비→③투자→④성장’의 논리 구조다. 출범한 지 거의 2년이나 되어가니 J노믹스에 대한 중간성적표를 매겨 볼 때도 되었다. 2018년 3분기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지난 1년 동안 명목 가계소득(2인 이상 가구)은 가구당 21만700원, 4.6% 증가했다. 2015년 3분기나 2016년 3분기의 2만9000원 증가보다는 확실히 나아졌고 2017년 3분기 9만2000원보다도 개선됐다. 성과라면 B 정도의 성과다. 그러나 J노믹스의 유효성은 딱 여기까지다. 들어가 보면 볼수록 결과는 불안하고 미심쩍고 걱정된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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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가계 가처분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다.<그림 1> 명목소득이 21만700원 늘어나는 동안 가처분소득은 9300원, 0.3%밖에 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은 이유는 비소비지출이 같은 기간 20만1000원 증가한 때문이다. 이 금액은 명목소득 증가액과 맞먹는다. 2015년이나 2016년만 해도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거의 0%에 가까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비소비지출 증가율이 급격히 치솟아서 지난해 3분기에는 23.3%까지 도달했다. 지난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반강제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비소비지출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경상조세 증가(6만4000원)와 이자비용 증가(2만5000원), 그리고 사회보험료 증가(1만8000원) 때문이다. 지난 2018년 3분기 경상조세 증가율은 34.2%이고 이자비용 증가율도 30.9%에 달한다. 연금이나 사회보험료 증가율도 명목소득 증가율 4.6%를 훨씬 웃도는 12%다. 각종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이자비용의 증가율이 명목소득 증가율보다 몇 배나 높으니 가계가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J노믹스 논리 구조의 첫 단추, 즉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와 투자 증가 및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해 분기별 민간소비 증가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이 부분 성적은 C다.

둘째, 자영업 타격으로 가계 사업소득 증가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그림 2> 사업소득은 근로자외가구, 즉 자영업 가구에는 거의 50%에 해당하는 주된 소득원이다. 2017년 4분기만 하더라도 8.5%였던 사업소득 증가율이 이후 계속 떨어져 지난해 3분기에는 1.1%를 기록했다. 이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중에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자영업 가계가 주를 이루는 근로자외 가계(전체 가구의 약 41%)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소득계층 가계에서 사업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자영업 가계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많은 정통 경제학자들은 과도한 최저임금 상승과 근무시간 강제 단축과 같은 근로자 권익 보호 정책들이 특히 취약한 자영업자들의 경영 여건을 심각하게 악화시킨 때문으로 해석하지만 J노믹스 정책 당국자들은 수긍하지 않는다. 이 부분 성적은 D다.

셋째로 소득 증가의 양극화 현상이 너무 뚜렷해졌다. 양극화 현상은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데 하나는 소득계층별로 양극화가 일어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자가구와 근로자외가구 사이에 뚜렷한 양극화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먼저 소득계층별로 보면 전체 가구 근로소득이 21만700원 증가하는 동안 하위 40%의 가계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가장 저소득층인 1분위 가계 소득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약 9만9000원(7.0%) 줄었고 2분위 가계의 소득은 1만4000원(0.5%) 줄었다.

반면에 가장 고소득층인 5분위 가계의 소득은 78만7000원(8.8%) 늘었고 4분위 가계도 31만원(5.8%) 늘었다. 저소득계층의 소득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결정적 원인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감소다. 1분위 가계의 경우 근로소득은 14만원 감소, 사업소득이 3만3000원 감소했고 2분위 가계는 근로소득 5만3000원, 사업소득 9000원이 감소했다. 3분위 가계의 경우에는 근로소득이 5만5000원 증가했으나 사업소득이 11만7000원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따른 실업 혹은 근로시간 단축이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중소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을 낮춘 게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가계의 직업적 특성에 따른 양극화도 매우 뚜렷한데 지난해 3분기 근로자가구의 소득은 37만8000원 증가했으나 근로자외가구는 8만40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처분소득도 마찬가지다. 근로자가구는 12만4000원 증가했으나 근로자외가구는 오히려 6만8000원 감소했다. 이 또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 가계의 폐업 혹은 영업시간 단축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오히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동시에 감소시키면서 양극화를 크게 확대시킨 결과를 초래한 것이 된다. 가난한 계층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고 부자계층의 소득은 비대칭적으로 늘어났고, 근로자가구의 소득은 현저히 늘어나면서 근로자외가구의 소득 증가는 미미한 양극화 현상은 결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더불어 잘 사는 민생경제도 아니고 소득주도 성장의 정의로운 결과도 아니다. 이 부분 성적은 F다.

역행하는 J노믹스 분배정책
J노믹스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핵심인 이전소득 혹은 분배정책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전소득이란 기초생활보장, 실업보험, 아동수당 등과 같은 각종 사회보장급여로써 정부가 가계에 직접 지급하는 소득이 대부분이다. 2018년 3분기 가계소득 증가 21만700 원의 약 절반인 10만2500원이 이전소득에서 나왔다. 이전소득을 제외하면 가계소득증가율은 2.6%로 떨어진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는 이전소득이 떠받혀 주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이전소득이 계속해서 매년 증가하려면 해마다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복지재정의 확대가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또 지난해 3분기 가계당 비소비지출로 내는 돈은 20만1000원이었는데 받은 이전소득은 가계 당 10만2500원에 불과했다. 조세를 걷어서 대략 절반 정도만 가계로 다시 돌아오는 이전소득 지급이 과연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간다.

더 큰 문제는 근로자외가구의 경우 이전소득의 증가가 부유한 소득계층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그림 3> 비근로자가구의 이전소득은 15만1000원 증가했는데 이를 5분위 가계별로 나누어보면 소득이 높을수록 이전소득 증가 폭이 훨씬 크다. 즉, 1분위 가계는 3만4000원, 2분위 가계는12만2000원, 3분위 가계는 18만8000원, 4분위 가계는 14만8000원, 그리고 5분위 가계는 26만4000원이 늘어났다. 소득이 낮을수록 이전소득이 더 많이 증가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현실은 정반대다. 부익부 빈익빈의 이전소득 증가는 이전소득 정책의 근본취지와 어긋난다. 이전소득 전달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로는 저소득 가계의 경우 이전소득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이전소득 지원에 대한 기피 현상이 있거나 아니면 행정당국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격이 미달함에도 불구하고 이전소득을 지급했거나 아니면 통계 자체에 결함이 있어서 발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성장도 분배정의도 이루어지지 못한다. 정리하면 이전소득 증가에 기반을 둔 소득증대 정책은 지속성에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성에도 문제가 있다. 나아가 지금과 같은 전달체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신세돈
한국은행·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현재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이어 ‘소득주도 성장’에도 따끔한 비판적 지적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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