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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사설] 급격한 공시지가 인상이 불러올 세금 폭탄과 임대료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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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이어 표준지 공시지가도 전국 평균 9.42% 인상됐다. 상승률은 11년 만에 최고치로 지난해(6.02%)에 비해 3.4%포인트 올랐다. 서울은 무려 13.87%가 올랐고 서울 강남·서초의 경우 변동률이 20~30%에 육박한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중구 네이처리퍼블릭 용지는 가격이 무려 2배로 뛰었다. 정부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공개 때 15억원 이상을 타깃으로 했는데 이번에는 ㎡당 2000만원이 넘는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를 정조준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권 등 핵심상권 땅이나 건물 보유자들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폭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개선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가파른 인상은 고가 땅 보유자들의 세부담 가중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가 세입자 등 서민에게 그 피해가 미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그동안 공시지가를 보수적으로 인상했던 것은 주택과 건물의 원재료인 땅값의 인상이 집값·건물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토지 보유자들이 상가 임대료 인상 등의 방식으로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임대료 인상으로 상가 경기가 위축되고, 자영업자들의 젠트리피케이션(내몰림)이 잦아지고 있는데 공시지가 인상은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 본지 시뮬레이션 결과 성수동 한 카페의 공시지가는 29억원에서 40억원으로 올라 보유세가 50% 늘어났다. 이런 경우 임대료를 올려 세금 부담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상가임대차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는 등 임차인에 대한 보호장치가 존재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으나 지금의 침체된 상가시장의 분위기를 볼 때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공시지가는 토지보상금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3기 신도시 건설 등 개발 사업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시지가 현실화로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과속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정부는 후폭풍을 세심히 살피고 임대료 전가나 젠트리피케이션 등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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