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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담임 무더기 펑크”… ‘교사 육아시간’ 유탄 맞은 학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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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8개월… 준비 부족에 혼란 여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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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본다고 가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서울 송파구 A고교는 요즘 ‘담임교사 대란’을 겪고 있다. 이 학교 교사 7명이 동시에 ‘공무원 육아시간’ 제도를 사용하면서 개학을 약 3주 앞둔 11일 현재까지 전체 34개 학급 중 10개 학급의 담임을 지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고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담임을 맡고 있던 교사가 육아시간을 이유로 조퇴해 조례 교사와 종례 교사가 따로 있는 촌극도 벌어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무원 육아시간’ 제도가 학교에 도입된 이후 담임교사 지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교육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제20조)이 시행되면서 초중고교에 공무원 육아시간 제도가 도입됐다. 교사 등 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공무원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2년 내에서 하루 2시간까지 육아시간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자녀를 둔 교사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하교 시간에 맞춰 1시간 늦게 출근하고 1시간 일찍 퇴근하거나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식으로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육아시간 제도를 사용하는 교사들이 현실적으로 담임을 맡기가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 교사들이 육아시간 제도를 활용하면서 담임을 맡아야 할 교사가 턱없이 부족해졌다. 인천 B초교 교장은 “순번을 정해 담임을 지정하고 있었으나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교사가 생기면서 순번이 어그러졌다”고 말했다.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교사들과 그렇지 않은 교사들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담임은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다. 학생부 기재, 환경 관리 등 비담임 교사에 비해 추가 업무 부담이 큰 탓이다. 서울의 B중학교 교사는 “담임을 해도 한 달에 11만∼14만 원의 담임수당을 받는 게 전부”라며 “담임수당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육아시간’ 제도를 두고 교사 간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C고교 교사는 “육아시간 사용 교사들을 제외하고 나면 매번 담임을 떠맡게 되는 건 중년 이상의 교사들”이라며 “담임교사의 ‘고령화’는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육아시간을 활용하지만 실제로 자녀를 돌보았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 ‘근무를 줄이기 위한 꼼수’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서울 강서구의 D고교에서는 최근 새 학기를 앞두고 5명의 남교사가 육아시간 사용을 제출했다. D고교 교장은 “실제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사용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서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교사를 담임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하루 2시간씩 ‘담임 공백’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이모 씨(45·여)는 “담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아이들 상담인데 육아시간이라고 일찍 퇴근하면 사실상 상담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담임 결정은 일반적으로 학기 준비를 위해 겨울방학이 끝나는 1월 안으로 마무리된다. 현재까지 담임 지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학교들은 대외적으로는 “3월 1일 개학 전에만 담임을 정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새 학기부터 학사일정에 파행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도 교육부는 신학기가 시작되면 교사의 육아시간 사용 현황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측은 “1시간 일찍 퇴근을 해도 수업을 다른 교사와 바꾸는 방법 등으로 교사들끼리 조율하면 수업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교사 육아시간 제도 ::

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교사가 자녀를 돌보기 위해 24개월 동안 1일 최대 2시간 사용할 수 있는 특별휴가. 자녀의 어린이집, 유치원 등하교를 위해 1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1시간 일찍 출근할 수 있음. 육아휴직과는 별도.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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