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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노조 "월 기본급 133만원"…르노삼성 "수당 치면 월 5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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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절반’ 걸고 줄다리기 르노삼성차, 팩트체크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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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신호동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출고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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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임금및단체협상(임단협)에 돌입하기 위해서 르노삼성차 노사가 12일 오후 2시 다시 한번 마주 앉는다. 지난해 6월 첫 상견례를 진행한 이후 8개월째 교착 중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국내 5개 완성차 제조사 중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건 르노삼성차가 유일하다.

이번 임단협은 르노삼성차의 명운이 걸린 협상이다. 르노삼성차가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닛산자동차의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수탁 생산 계약이 오는 9월로 끝나기 때문이다. 닛산의 북미 수출용 차량 로그 생산량(10만7245대)은 르노삼성 부산공장 총생산량(22만7577대)의 절반(47.1%)을 차지하는 차종이다. 후속 물량 배정을 못 받으면 부산공장 절반이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공급망관리부문 총괄 부회장은 지난 1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현장 근로자에게 영상 메시지를 발송해서 파업 자제를 요청했다. 르노삼성차는 “로그 후속 물량이 모두 빠진다고 가정할 경우, 이론적으로 부산공장은 약 900명의 인력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례적으로 노사 협상이 길어지면서 르노삼성차 기업 노동조합(노조)은 역대 최장 파업 신기록을 경신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부산공장에서 30차례 부분 파업(112시간)을 진행했다. 팽팽하게 맞서는 양측의 입장을 팩트체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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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부산공장 근로자 연봉은 정확히 얼마?


르노삼성차 노조는 “부산공장에서 8년 동안 근무해도 기본급이 133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평균소득이 8000만원에 이른다”고 반박한다.

각자 서로 다른 수치를 제시했지만, 양측의 주장은 모두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2017년 부산공장 생산직 근로자 중 최고소득은 1억1100만원, 최저소득은 66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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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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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노조가 언급한 ‘8년차 근로자’는 실제로 기본급이 월 133만원이다. 하지만 자기개발비 등 기본급에 연동하는 고정수당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기본 월급은 195만원이다. 여기에 성과급 등을 고려하면, 8년 전 고졸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30대 초반 생산직 근로자의 실제 소득은 6600만원이다. 즉,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근무하는 1743명의 근로자 중에서 가장 돈을 적게 받은 사람이 월평균 550만원 정도 받았다(세전 기준).

이에 비해 사측은 급여·복리후생비 등 임금성 지출 총액을 부산공장 근로자수로 나눠서 평균연봉을 계산했다. 이렇게 계산하면 2017년 평균 연봉은 7800만원이다. 아직 지난해 임단협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평균 임금 상승률(4%·추정)을 고려하면 지난해 생산직 근로자의 최저 연봉은 8112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임단협 이후 연봉 소급액을 고려한 금액).

② 임금인상폭 1400만원 vs 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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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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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협상에서 사측이 “2017년 연봉 대비 평균 1400만원 인상안을 제시했다”지만 노조는 “300만원만 더 주겠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사측은 격려금(300만원)과 보상금(100만원)을 정액으로 지급하되, 생산성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도 인상액으로 본다. PI는 노사가 합의한 이익목표 달성률에 따라 지급하는 돈이다. 연간 이익 목표를 100% 달성하면 기본급의 400%를 주고,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면(0%), 200%를 준다. 사측 PI 지급안은 기본급의 350%다. 기본 월급이 2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700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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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부산공장. 부산 = 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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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로 르노삼성차는 매년 세전이익의 5%를 모든 임직원에게 똑같이 분배한다. 이를 PS라고 한다. 이런 PS·PI가 적어도 1000만원은 된다는 것이 사측의 계산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중 격려금 300만원만 ‘사실상 인상분’으로 분류한다. “PS·PI는 임금협상과 별개이며, 기본급을 인상하면 어차피 수당이 상승하면서 보상금(100만원) 수준의 임금이 인상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노조는 기본급(월 10만667원)·자기개발비(월 2만113원)와 격려금(300만원 + 기본급의 250%)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는 “PI는 국내 완성차 제조사 중 오직 르노삼성차에만 존재한다”며 “2017년 임단협에서 이미 국내 완성차 최대 수준의 기본급을 인상(월 6만2400원)해서 기본급 추가 인상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③임금, 상대적으로 높다 vs 낮다


노조는 절대 임금 수준이 현대차 임금(9200만원·2017년)의 85%에 불과한 데다, 부산공장은 생산성이 매우 높아 임금 인상 여력이 있다고 맞선다. 실제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시간당 자동차 생산대수가 66대다(2017년 기준). 근로자가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자동차 1.1대를 만든다는 의미다. 2012년(47대) 대비 효율성을 40%나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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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측은 “절대적 생산성 수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교 대상이 틀렸다”는 입장이다. 시간당 자동차 생산대수는 생산 차종·차급·방식에 따라서 편차가 심하다. 또 2000명이 시간당 66대를 만드는 것보다, 1500명이 시간당 60대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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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부산공장은 일본 큐슈공장과 비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똑같은 차종(닛산차 로그)을 생산하는 유일한 공장이기 때문이다. 일본공장은 일본 내수용, 부산공장은 북미 수출용 로그를 생산한다. 부산공장의 표준시간 대비 생산투입시간(1.99)은 큐슈공장(1.90)보다 5% 정도 나쁘다. 이 지표는 1에 가까울수록 생산 효율성이 높다는 뜻이다.

만약 임단협에서 노조 요구대로 고정급을 인상하면 이 지표는 2.00을 초과하게 된다. 사측은 이렇게 되면 닛산 후속 물량을 못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신규 생산 차종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공장별 효율성을 비교하기 위해서 이 지표를 사용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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