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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안전한 세상에서 환생”…고 김용균씨 향한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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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서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서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 씨의 발인제가 엄수되고 있다. 권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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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의 온갖 고단함 내려놓고 편히 가소서.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에서 환생하소서.”

해가 바뀌었지만 스물 다섯살이 되지 못한 청년이 떠났다. 9일 오전 3시 30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용균씨의 발인제가 거행됐다. 김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지 62일 만이다. 발인제에는 김씨의 가족, 동료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발인이 엄수되는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아들의 마지막을 지켰다. 눈물조차 말라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김미숙씨는 아들의 사고 이후 힘든 일정도 마다치 않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냈다.

오전 4시쯤 운구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용균아” 하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씨의 아버지 김해기씨도 아들의 관을 붙잡고 흐느꼈다.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무 말 없이 눈을 질끈 감고 힘겹게 한 걸음씩 떼며 아들의 관 뒤를 따랐다. 고인과 동갑내기 외사촌인 황성민 군이 영정을 들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평소 영화 반지의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를 갖고 싶어했던 꿈 많은 청년이 죽었다”며 “이 세상 고단함 내려놓고 편히 가서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에서 환생하라”고 조사를 낭독했다.

‘내가 김용균이다’라는 문구가 쓰인 검은 머리띠를 두른 김씨의 동료들은 양 옆으로 길을 만들어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사고 현장과 서울 도심에서 잇달아 노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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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운구 행렬이 태안화력발전소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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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인이 끝난 후 장례 행렬은 고인의 일터였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9ㆍ10호기 앞으로 향했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고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흥국생명 남대문지점 앞에서 노제를 열었다. 김씨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앞장서고 풍물패와 대형 영정ㆍ꽃상여ㆍ운구차가 뒤를 이었다. 유족과 장례위원들은 운구차 뒤를 따라 행진했다. 이날 서울의 아침 체감 기온은 영하 13도까지 떨어졌으나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100명과 만장을 든 50여명이 유족과 함께 광화문 광장까지 1㎞가량을 도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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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제를 마친 뒤 민주사회장 영결식이 열리는 광화문 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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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밝은 빛 되어 생명과 안전 소중함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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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유족인사를 하던 중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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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장소에 도착해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던 김미숙씨는 “용균아! 오늘 마지막으로 너를 보내는 날이구나”라며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김미숙씨는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엄마는 어떻게 살지를 모르겠다”며 “언젠가 엄마ㆍ아빠가 너에게 가게 될 때 두 팔 벌려 너를 꼬옥 안아주고 위로해주겠다”고 오열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밝은 빛을 만드는 발전 노동자였던 고인은 돌아가셔서도 더 밝은 빛이 되어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주최 측 추산 3000여명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석해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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