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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김수현 쓴 『부동산은 끝났다』···8년 지난 지금 현실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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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4억원 떨어진 매물 잇따라

가격 변동률·거래량 6년만에 최저

'로또' 분양시장도 열기 식기 시작

공시가격 상승, 입주물량 증가 등

올해 집값에 악재들만 줄줄이

"상반기 급매물 늘어날 가능성"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중앙일보

지난 7일 서울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 '급전세' 안내문들이 붙어있다. 설 이후 주택시장도 밝지 못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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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설 명절 대화의 온도가 확 달라졌다. 주된 메뉴는 부동산이었지만 뜨겁게 달아올랐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차갑게 식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이하 전용면적)의 매물이 14억5000만원에 나왔다. 지난해 9월 18억1000만원까지 실거래됐다. 14억5000만원은 지난해 1월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동안 급등분을 반납한 셈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 매물 중 가장 낮은 호가가 12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초 11억 원대에서 올라 9월 15억원을 찍었다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주인들이 가격을 떨어뜨려 매물을 내놓아도 매수자들의 ‘입질’이 없다”고 전했다.

거래는 ‘절벽’을 만나 끊기다 시피했다. 4400여 가구의 은마에서 지난해 12월 2건 이후 거래 신고가 없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800여 가구 중 마지막 거래 신고는 지난해 11월 초였다. 거래 공백이 4개월째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해 여름 과열 우려가 나올 정도로 달아올랐던 서울 주택시장은 지난해 9·13대책을 변곡점으로 급속히 식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2017년 강도 높은 8·2대책에 이어 이를 보완한 9·13대책이 주택 수요를 급속냉각시켰다”고 분석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9억원 초과 주택담보 대출 금지 등으로 고가 주택 수요가 꺾였고 실거주 목적 외에는 대출이 어려워져 자금줄이 차단됐다. 임대주택 등록을 통한 편법 매수의 길도 막혔다. 여기가 기준금리가 1년 만에 오르며 대출 부담이 커졌고 경기가 가라앉아 앞날이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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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거래량은 잠정치, 변동률은 전달 대비. 자료: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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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체감 온도는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침체의 긴 터널에서 끝이 보이지 않던 201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2008년 금융위기 등의 후유증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이 나온 게 2011년 7월이었다. 서울 아파트값이 2012년 12월~2013년 1월 이후 6년 만에 연말연시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이 잠정 집계한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1877건은 1월 기준으로 2013년(1213건) 이후 최저다.

시장 심리는 얼어붙었다. 지난해 12월 국토연구원의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104.9로 12월 기준으로 2012년(99.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주택가격전망 CSI는 91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의 한 축인 분양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규제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가 잇따르면서 청약경쟁이 치열했던 분양시장 기세가 지난해 말부터 꺾였다. 서울에서 2년 만에 1순위 미달이 나왔다. 지난 1월 말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앞동아자동차학원 부지에 짓는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가 서울과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1순위 접수에서 9개 타입 중 3개 타입이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업계는 분양가 9억원 초과의 중도금 대출 제한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미드미디앤씨 이월무 대표는 “입주 때까지 분양가의 60% 정도인 중도금 6억~10억원을 자기 자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앞으로 주택시장에 빛이 보이지 않는다. 시장 온도가 더욱 내려갈 악재만 기다리고 있고 시장을 데울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한다.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며 결정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이어 3월 전국 1200만 가구의 공동주택 예정 공시가격이 발표된다. 확정은 4월 말이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이 반영된 표준 주택 공시가격에 나타났듯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과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값이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해 1년간 서울 상승률이 8.03%로 2006년(23.46%) 이후 최고였다. 강남권(8.44~10.4%)과 강북에선 마포와 용산이 각각 10% 넘게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2017년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4.69%)을 반영한 2018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평균 10.19% 올랐다. 강남권 상승률은 12.7~16.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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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입주물량은 예상치. 자료: 국토부·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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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세무사는 “종부세 세율 인상과 공시가격 상승이 맞물려 보유세가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훨씬 많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수요가 매매에서 전세로 쏠리지만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릴 힘이 달린다. 전세 수요보다 많은 전셋집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다. 2015~17년 연평균 입주물량(2만5000여 가구)의 1.4배인 3만6000여 가구가 지난해 입주한 데 이어 올해와 내년 각각 4만 가구가 넘는 물량이 들어설 예정이다. 연간 4만 가구 넘는 입주는 2008년(5만6000여 가구) 이후 11년 만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올해 강남권을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멸실이 적지 않지만, 멸실 주택보다 신규 입주 물량이 5000여 가구 더 많아 멸실이 전세 시장을 자극하지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 투자’도 어렵다. 아파트 전셋값 하락 폭이 매매가격보다 더 커 서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1월 말 기준으로 59.4%로 2013년 6월(59.5%) 이후 5년 7개월 만에 50%대로 내려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호재가 시장 반전의 계기가 되곤 했는데 안전진단 강화 등 정부가 겹겹이 규제하고 있어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침체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규제의 고삐를 더욱 죌 태세다. 김수현 실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잇따라 “집값이 여전히 높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이번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13주 연속 내리면서 가격은 지난해 9·13대책 직전으로 내려갔다. 그래도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초보다는 서울 평균 10,5% 오른 수준다.

집값 상승세가 꺾인 지난해 말 정부는 수원과 용인 일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틈’을 주지 않겠다는 신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공시가격이 세금에 적용되는 6월 1일 이전에 세금 회피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며 “당분간 매물이 쌓이고 수요자는 관망하고 버티는 거래절벽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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