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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트럼프, 이달 말 시진핑과 美·中무역협상 '직접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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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친서 전달받은 트럼프 "아름다운 편지… 그와 만날 것"

1박2일 고위 협상선 이견 남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담판을 통해 미·중 무역 전쟁의 종전과 확전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부터 31일까지 1박2일간 워싱턴에서 이뤄진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도 풀지 못한 협상의 실타래를 정상 간 담판을 통해 풀겠다는 것이다.

미국 측 협상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1일 기자들에 1박2일간 이어진 미·중 무역 협상과 관련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합의하려면 아직 일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2월 중순 중국을 방문해 추가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도 공식 보도자료에서 "양측이 주요 무역 이슈에 대해 희망적인 협상의 뜻을 보였다"면서도 "진전이 이뤄진 반면 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중국은 1박2일간의 협상에서 미국산 농산물과 석유 등에 대한 대규모 추가 구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제안이 미국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해 아직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중국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조치는 내놓았지만 정작 미국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삼고 있는 중국의 기술 절취와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단순히 수입액 확대가 아니라 중국 경제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공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 방 협상'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로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친서를 받고 "아름다운 편지"라며 "(무역 협상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중국 측 대표단이 이 자리에서 낭독한 편지에서 시 주석은 "미·중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critically important) 단계에 이르렀다"며 "미·중이 계속 상호 존중을 하면서 양측이 협상 조기 타결을 위한 중간 지점을 찾기 바란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류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500만t의 대두를 추가 구입하겠다는 깜짝 제안을 하기도 했다. 수입량을 50% 이상 크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 주석과 아마도 한 번 또는 두 번 만날 것"이라면서 "시 주석과 만날 때는 모든 사항이 합의될 것"이라고 했다. WSJ는 이날 류 부총리가 2월 말 중국 휴양지인 하이난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CNBC방송은 이날 복수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2월 말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 직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했다. 미·중이 지난해 11월 초 '90일 시한부'로 진행되는 무역 협상의 마감 시한을 3월 1일로 잡았던 것을 감안하면 2월 말에 미·북, 미·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하이난은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베트남과도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핵'과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라는 2개의 외교적 난제를 '한 방'에 해결했다고 선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해 2월 말 미·중 정상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미·중 연쇄 정상회담 개최는 러시아 스캔들과 지지율 하락으로 정치적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부풀리는 '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북, 미·중 협상에 대해 "엄청난 진전(tremendous progress)"이란 말을 수식어처럼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북한 문제에 "엄청난 진전"이라고 한 것을 비롯해 "엄청난 성공" "엄청난 영향" 등 '엄청난'이란 표현을 15번이나 썼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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