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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월 60만원 기초급여, 그게 끊기는게 가장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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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드러낸 극빈층 자활시스템

취업하면 기초수급자 대상 안돼

의료비 등 본인 부담 되레 더 불안

노동능력 없는 기초수급자 많은데

자활센터는 수급자 취업만 독려

2019 빈곤 리포트 <상>
중앙일보

조건부 기초수급자 윤귀선씨가 지난 17일 4년째 살고 있는 서울 이대역 인근 고시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7년 기초수급자가 된 윤씨의 수입은 생계비·주거비 지원금 월 70만원이 전부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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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사는 조건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기초수급자) 박모(58)씨의 살림은 빠듯하다. 한 달 수입 65만원 중 월세와 공과금으로 50만원이 나간다. 15만원 남짓으로 식비 등 생활비를 써야 한다. 지난 18일 찾은 박씨의 집 침대 곁엔 약이 가득 담긴 봉지가 놓여 있었다. 그는 “암 수술 후유증으로 몸이 좋지 않아 약값 부담이 크다”며 “지출이 줄지 않아 요즘은 공과금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 같은 빈곤층은 기초수급자 생계비 지원금 60만~7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본지 설문에 응한 기초수급자 49.3%의 월 소득이 75만원 이하였다. 75만~100만원(33.8%)인 계층을 합치면 10명 중 8명이 월 100만원 이하로 산다. 기초수급자 정모(65·여)씨는 “약 10년간 일용직으로 일하며 1억 가까운 빚을 갚았지만 시력이 나빠져 1년 전 기초수급자가 됐다”며 “아직 남은 사채 빚을 갚느라 기초생활 급여를 사용해 저축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53.8%는 모은 자산이 없었다. 대신 58.4%가 이런저런 빚을 지고 있다. 절반 이상(52.7%)이 은행이나 카드 대출이었다. 가족이나 친지·지인(26.3%)에게서 돈을 빌린 비율도 높았다. 절반 이상은 갚을 계획이 없거나 갚기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수급자가 정부에서 받은 생계비를 월세나 의료비 등으로 쓰면 남는 건 얼마 없다” 며 “생활비가 밀려 빚을 갚기는커녕 불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여가활동은 ‘사치’다. 쉬는 동안 어떻게 보내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활동이 없다’거나 ‘TV·라디오를 본다’는 사람이 각각 27.7%, 26.2%였다. 영화·공연 관람, 여행을 한다는 비율은 각각 10%도 안 됐다.

극빈층이 빈곤의 덫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률이 정체되면서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 줄어들었고 계층 이동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초수급자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 한다. 취업이 쉽지 않아서다. 기초수급자 임모(59)씨는 “건설 현장이라도 가고 싶지만 나처럼 나이 많은 이를 (시장에서)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업이 돼도 문제다. 당뇨 합병증이 있는 임씨는 “일을 얻어도 일반 사람의 업무량을 따라갈 자신이 없다”며 “일하다 금방 해고돼 먹고 살길이 막막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극빈층이 취직해 월 150만~200만원을 벌어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며 “수급자 지위에서 벗어나면 의료비 등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점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미국은 수급자 지위에서 벗어나도 만성질환자에 한해 3년간 의료급여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조건부 수급자의 노동시장 복귀를 돕는 지역자활센터에도 한계가 있다. 센터는 이들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해 자활(탈수급 및 취·창업)을 이루게 하는 것이 목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31.8%인 전국 자활 성공률은 2017년 34.4%로 변화가 별로 없다. 자활센터 참여자는 2015년 4만8200명에서 2017년 4만1300명으로 줄었다. 송 교수는 “수급자들은 만성적인 신체·정신 질환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노동 능력을 갖추기 어려운데 취업 압박을 받는다”며 “자활 성공률로 센터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이에스더·이승호·김태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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