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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레이더-초계기' 한일 갈등 방관하던 美, 중재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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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the300]주한 美대사 28일 정경두 국방·강경화 외교 면담, 방위비·초계기 등 현안 논의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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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도중 별도로 롯테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2018.09.27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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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8일 정경두 국방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잇따라 면담하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초계기’ 갈등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비공개로 이뤄진 면담이었으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한일 '레이더-초계기' 갈등 등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정 장관과 약 1시간 정도 회동한 후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아 강 장관과도 면담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해제 이후 신년 인사를 겸해 한미 사이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방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한미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이슈과 일본의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 주장과 일본 초계기의 저고도 위협 비행 문제로 악화일로인 한일 갈등 사안도 언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그간 동맹국인 한일 '레이더-초계기' 갈등과 관련해선 침묵으로 일관하며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 정책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초계기 저고도 위협 비행은 아베 신조 총리 내각의 지지율 회복을 위한 의도적인 도발이라는 평가가 많다. 일본은 오는 4월 지방선거,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른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지난 25~27일 18세 이상 일본남녀 990명(응답률 44.4%)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6%포인트 높아진 53%를 기록했다. 레이더-초계기 갈등에 따른 보수 지지층의 결집효과로 분석된다. 응답자의 62%는 '일본 정부가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기반을 바라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한일 갈등에 발을 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복잡해진 한일관계에 끼어들기 부담스러워 한다는 분석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이 문제가 단순히 초계기에서 촉발된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강제징용 배상판결 때문”이라며 “미국이 공개적으로 끼어드는 것은 이슈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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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트타워에서 열린 무역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2018.11.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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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해리스 대사의 이날 행보로 미국이 한일간 갈등 중재에 본격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일본 방위상의 초계기 기지 방문 직후 정 장관이 해군작전사령부를 찾는 등 극강으로 치닫는 한일 갈등을 더 이상 방조해선 안 된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해리스 대사를 만난 건 초계기-레이더 갈등이 불거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와야 타케시 방위상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과 만난 바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한미일 삼각 동맹구도 유지를 위해 한일간 갈등 국면에서 '중재자'를 자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나 2016년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 체결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교착에 빠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초계기 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재에 나서는 대신 방위비 협상의 최대 쟁점인 ‘총액 인상’을 관철시키려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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