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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54>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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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국내외를 막론하고 창업 초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절실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자금지원'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국가가 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제도 중 하나가 손쉽게 창업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책 자금의 직접적인 투입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탈, 클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민간 자금이 창업 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국가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CVC)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은 비금융권 기업의 자금이 벤처기업에 소수 주주 형태로 투자된 것을 말한다. CVC가 가장 활발한 미국의 경우에는, 인텔·구글·아마존 등의 회사가 신생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해 본인 사업과 이들 신생기업 사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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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구글은 독립투자부문인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를 설립하고 2009년부터 CVC 투자를 개시했고, 150개 이상 기업에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구글 벤처스는 모바일과 인터넷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생명공학, 유기농 원두커피 브랜드, 태양광 에너지 등 의외의 분야에 투자를 추진하기도 한다. 인텔의 경우에는 한때 전 세계 26개 국가에서 CVC 지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미국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2년 전체 투자 건수(3715건) 중 CVC가 차지하는 비중은 15.2%(565건)로 조사된 바 있다.

자금의 출처만 다를 뿐이지 여타 창업 초기 투자 자금과 별다른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금의 출처가 달라지면 해당 자금의 성격 또한 달라진다. CVC는 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장기위험자본 공급 역할을 수행한다. 금융권에서 유입되는 자금의 경우에는 사업 내용과 성장성 등 질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수치적인 변화 등 위험관리 차원의 재무적 지표만 보고 투자 자금이 회수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비금융권 기업이 벤처기업에게 투자한 CVC 자금의 경우에는 해당 사업 내용에 대한 성장성, 질적 요인 등에 대한 측면을 고려하기 때문에 훨씬 위험성 높은 사업 분야에도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CVC 자금이 여타 창업 자금과의 차이점 중 하나는 단순히 수익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VC(Venture Capital)와 달리, 투자한 벤처기업 내지 스타트업 기업과의 중장기적인 관계 형성에도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CVC 투자가 이루어지는 요인 중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에서 시도하는 제품 내지 서비스가 본인 사업에도 필요한 사안인 경우가 많다. 즉,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IT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내지 모바일 앱 개발 회사에 투자하고, 해당 회사를 통해 자사의 서비스를 연동하여 제공하는 사례가 많다. 이 역시 CVC의 투자 자금이 금전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관계 형성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CVC 활동으로 인해 투자한 회사의 역동적인 혁신성이 투자회사로 전달될 경우, 투자 회사의 혁신성이 높아지는 장점 또한 거대 기업이 CVC 활동에 관심을 두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사례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삼성을 비롯해, 한화, CJ 등 30여 개 이상의 기업이 CVC 사업을 수행 중이다. 이들 기업 역시 해외 사례와 동일한 목적 아래 여타 창업자금과는 성격이 다른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기존 금융권의 투자자금 이외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창업자가 있다면, CVC 자금에도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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