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엄마, 나를 떠나지 마세요”…79일째 단식투쟁 터키 의원 딸의 애타는 호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쿠르드계 인민민주당 레일라 귀웬의 딸

단식으로 생명 꺼져가는 어머니 지켜보며

터키 정부의 태도 변화와 세계인 관심 촉구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엄마, 저를 떠나지 마세요.”

최근 터키의 한 여성이 트위터에 애절한 한마디와 함께 올린 사진이 세계 최대 소수민족인 쿠르드인들의 처지를 새삼 대변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터키의 쿠르드계 좌파 정당인 인민민주당 소속 레일라 귀웬(55) 의원의 딸이자 언론인인 사비하 테미즈칸은 지난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어머니의 볼에 입을 맞추는 사진을 올렸다.

귀웬 의원은 꼭 1년 전인 지난해 1월 터키 정부군이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마을을 공습해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을 강하게 비난했다가 투옥됐다. 지난해 11월8일부터는 소금물과 비타민 B만 섭취하는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선 물조차 삼키기 힘들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시>(BBC) 방송은 귀웬 의원이 단식 77일째를 맞아 체중이 9㎏이나 빠지고 메스꺼움과 발열, 심한 두통과 혈압 불안정 등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귀웬은 강제 급식도 거부한 상태다.

테미즈칸은 <비비시>에 “엄마의 단식투쟁을 지켜보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라며 “그러나 엄마는 ‘평화를 위한 단식’이라고 말해, 단식을 멈추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트위터에는 <비비시> 기사의 인터넷 주소를 걸고, “내 어머니는 꼭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나의 외침이 수많은 이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사법부와 권력이 태도를 바꾸고 책임을 지도록 더 굳건하게 나아가는 게 필수적이다”라는 메시지도 띄웠다. 현재 터키에선 정치범 250여명이 귀웬의 단식 투쟁에 연대해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귀웬은 시민사회단체, 정당, 변호사, 인권운동 대표들의 협의체인 민주사회회의의 공동 의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이 단체가 무장 독립 투쟁을 벌여온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관돼 있다고 의심한다. 터키 정부는 2016년 인민민주당 지도자 2명을 테러 혐의로 구속했다. 터키에서 무장 테러 단체로 분류된 조직의 지도급 인물은 징역 100년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다. 터키 정부는 귀웬의 단식 투쟁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2012년 창당한 인민민주당은 지난해 6월 총선에서 전체 600석 중 67석을 얻어 제3당으로 떠올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연말정산 뽀개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