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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단독] "'영화 1987'이 띄운 목포땅값···손혜원 이후 투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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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목포시장이 본 투기 의혹

“부동산 투기 막을 조례 제정할 것”

‘1987’ 효과와 문화구역 기대감에 급등 조짐

지난 23일 전남 목포시청에서 만난 김종식(69·더불어민주당) 시장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이 목포 원도심의 집값을 부추기고 있다며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나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조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시민 공청회를 열어 시의회에 조례안을 상정하겠다”고 했다.

김 시장이 구상 중인 조례안은 근대역사문화 공간인 목포 원도심의 부동산 가격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목포시가 해당 지역에 대한 부동산 매입이나 주택보수 지원금을 지급할 때 투기 세력을 원천 배제하는 게 골자다. 투기 세력이 개입한 주택은 매입 대상에서 빼고, 보수 지원금을 받은 집 주인이 일정 기간 내 주택을 팔 경우 지원금을 전액 환수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는 없기에 지원금을 줄 때 투기 세력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22조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각종 사업에 대한 조례를 의회에 상정할 수 있다. 김 시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목포시 의원들 사이에서 집값 급등이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점에서 무난히 조례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목포시는 이번에 문제가 된 근대역사문화 공간 내 부동산 매입을 위해 1차로 45억2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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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목포시장이 지난 22일 목포시청에서 시청을 찾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에게 근대문화역사공원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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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개봉 후 낙후된 원도심에 관광객 발길
김 시장은 “최근 목포 원도심의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근대역사문화 공간 조성에 대한 기대감과 영화 ‘1987’ 개봉 효과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본다”며 “가뜩이나 원도심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손 의원의 투기 의혹까지 더해져 투기 세력이 몰려들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손 의원 측이 부동산을 산 만호동 인근의 ‘연희네슈퍼’나 근대문화재인 조선내화 옛 공장 등이 알려진 후 원도심 집값이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희네슈퍼는 2017년 12월 개봉한 영화 1987에서 대학생 이한열(강동원 분)과 연희(김태리 분) 가 가게 앞 평상에서 시국의 아픔을 나누던 곳이다. 대학 신입생인 연희가 엄마·삼촌과 함께 살던 곳은 영화 내용과 관련이 없는 목포에서 촬영됐다. 영화 속 실제 무대인 서울이나 수도권은 30여 년 전의 낡고 오래된 주택가가 남아 있는 곳이 극히 드물어서다.

목포시 서산동 선창가에 자리한 슈퍼 일대는 영화 속에서 묘사된 80년대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60~70년대의 낡은 건물들이 빼곡한 이곳은 영화 개봉 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이 몰리자 슈퍼 주변으로 커피숍이나 식당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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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이 촬영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연희네슈퍼’ 앞 거리.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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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원도심 부동산 가격 1년 새 31% 급등
목포시에 따르면 최근 투기 논란이 일고 있는 목포 근대문화역사구간 일대의 땅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손 의원이 부동산을 산 만호동이나 연희네슈퍼가 있는 서산동 일대의 부동산 가격은 최근 1년 새 31% 급등했다. 2017년 하반기까지 평당(3.3㎡) 평균 202만원에 거래됐던 부동산은 지난해 265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김 시장은 “문화보존구역 내 집값·땅값 상승은 부동산 투기나 원주민이 쫓겨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심각한 문제를 만든다”며 “문화재청의 자문을 받아 보존구역에 사는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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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지난 23일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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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김 시장은 “100여 년 전 목포는 국내 3대항, 6대 도시로 꼽힐 정도로 근대문화재가 많다”며 “꾸준한 예산 확보를 통해 지역 내 문화자산을 적극 매입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전남 완도 출신인 김 시장은 3선의 완도군수와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 등을 지낸 후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통해 목포시장이 됐다.

목포=최경호·이가영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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