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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카드사 이익보전 방안, 설 이후에나 나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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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결론 내기로 했지만…TF 회의 소집도 못해
카드업계 "신사업 하게 규제 완화해달라" 건의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의 손실을 만회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가 당초 목표로 했던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TF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카드업계, 민간 전문가등이 참여한다. 이달 31일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도 카드수수료가 낮아지는 시점에 맞춰 카드사의 이익 보전 방안을 마련해주겠다던 금융당국의 계획이 꼬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24일 "카드 상품 부가서비스를 사실상 전수조사하고 있다"며 "실무진에서 부가서비스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자료를 만들어줘야 어떻게 할지 TF 회의를 소집해 논의할텐데, (이 작업이 끝나지 않아) 아직 TF 회의를 소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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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는 당초 이달 말 결론을 낼 예정이었지만,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다./조선DB



TF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에 따라 발생할 카드사의 손실을 메워주기 위한 취지로 구성됐다. 카드 상품 출시 시점과 소비자 이용 기간, 카드사의 손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카드사에 부담이 되는 부가서비스를 어떻게 축소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TF에선 부가서비스 과당경쟁 관행 개선, 카드상품 출시 전 수익성 분석체계 합리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등 카드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TF는 현재 카드상품 전체에 대한 부가서비스의 원가 분석을 거의 마친 상태이고, 카드업계로부터 규제 개선 과제나 정부 도움이 필요한 과제 등을 취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레버리지 비율 완화 등 요구 쏟아내

카드업계는 먼저 레버리지 비율(자기자산 대비 총자산 한도)을 기존 6배에서 10배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자기자본의 10배 범위 내에서 금융위가 정하는 배수까지 총자산을 유지해야 한다. 금융위는 캐피탈 등은 10배까지 레버리지 비율을 허용하지만, 카드사는 6배로 규정해놨다. 카드사의 레버리지 비율이 완화되면 고금리대출인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영업이 과열될 수 있고, 이는 결국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때문에 하락한 수익을 신사업으로 상쇄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레버리지 비율 때문에 제약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새 사업을 하면 자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카드사들은 레버리지 비율을 늘려도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고금리 대출 증가는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의 증가율을 연 7% 수준으로 제한하는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묶여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롯데카드(5.96배), 우리카드(5.76배), 하나카드(5.27배), 비씨카드(5.25배), 현대카드(5.22배), KB국민카드(5.16배) 등 대부분의 카드사가 레버리지 비율 5배를 넘은 상태다. 규제 비율인 6배에 근접한 일부 회사들은 현 규제가 지속될 경우 자산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6배를 넘어설 경우 초과액의 30% 이하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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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는 금융당국에 레버리지 비율 완화, 부가서비스 의무 기간 축소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조선DB



카드업계의 또 다른 주요 요구사항은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카드사는 카드상품을 출시한 후 3년간 해당 상품의 부가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후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지만, 금감원이 약관 변경을 승인해준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 카드는 단종시키고, 부가서비스를 손질해 새로운 카드를 내놓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제휴처 사정으로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종료될 때 대체서비스를 적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제휴처가 일방적으로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면 다른 업체의 유사한 서비스를 찾아 제공해야 한다. 대체서비스를 찾기 어려운 경우에만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카드사들은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연매출 100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인 일반가맹점은 평균 2%대 수수료를 내지만, 대형가맹점의 평균 수수료는 약 1.94%로 더 낮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인상해 손해액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설 이후 본격 논의 시작…업계 "신제품 출시 일정 차질"

카드업계의 건의 사항이 빗발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만 추려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부가서비스 축소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그간 판례를 볼 때 기존 카드 혜택을 줄인 데 대한 소송에서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LG카드(현 신한카드)의 트레블카드, 씨티은행의 아시아나클럽 마스타카드, 하나카드의 크로스마일SE카드 등이 핵심 서비스인 비행기 마일리지 혜택을 줄였다가 소비자들이 제기한 피해보상 소송에서 대부분 패소했다.

그러나 레버리지 비율 완화에 대해선 금융당국도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서비스 축소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허용해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레버리지 비율을 10배까지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레버리지 규제 완화는 금감원 감독 규정만 바꾸면 되는 사안이고, 부가서비스 축소만큼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수수료 우대 구간 확대를 발표하면서 당정 차원에서 카드업계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들을 많이 해주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카드업계가 제시하는 요구 중에 가능한 것들 위주로 허용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설 이후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이 나오는 것은 1분기 중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제도개선 방안이 나온다 해도 이를 카드사가 받아 연구하고 실제 서비스 조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2~3개월"이라며 "신제품 출시, 마케팅 비용 산정 등의 계획 일정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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