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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IF] 남극 호수서 첫 생물체 발견… 우주에서도 생존하는 물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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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얼음 아래 호수에서 처음으로 생물체가 발견됐다.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물에 대한 연구는 향후 우주·심해 탐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18일 "미국 네브래스카대 고생물학자인 데이비드 하우드 교수 연구팀이 이달 초 남극 아래 얼음 호수인 메르세르(Mercer)를 지하 1068m까지 시추해 완보(緩步)동물의 일종인 물곰 사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조선비즈

완보(緩步)동물의 일종인 물곰. 최근 남극 아래 얼음 호수에서 물곰의 사체가 발견됐다. 과거 영하 수백 도의 환경에서도 생존했다는 의미다.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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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보동물은 '느리게 걷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곤충과 거미, 갑각류 등이 포함된 절지동물의 이웃이다. 이번에 발견된 물곰은 크기가 1.5㎜ 정도다. 다리가 여덟 개이고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물속을 헤엄치는 곰처럼 생겼다고 해서 '물곰'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연구진은 물곰이 1만 년 전에서 최대 12만 년 전 얼음 아래에 있는 강에서 서식하다가 빙하가 녹으면서 함께 얼음 호수로 이동했다고 추정했다. 또 물곰이 영하 수백 도의 얼음 호수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았을 것으로 본다. 물곰은 우주와 같은 극한(極限) 환경에서도 잘 견디기로 유명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물곰은 수십 년 동안 음식과 물이 없어도 살 수 있고, 섭씨 영하 273도의 극저온이나 151도 고열에도 끄떡없다. 심지어 치명적 방사선을 맞아도 살 수 있다. 동물 대부분이 10~20그레이 정도의 방사선량에 목숨을 잃는 반면, 물곰은 5700그레이의 방사선도 견딘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보다 6배 높은 수압도 거뜬히 견딘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메르세르 호수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다고 여겼다. 온도도 낮지만 빙하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 빛이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면 광합성 조류(藻類)가 생존할 수 없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생물이 없으면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마틴 시거트 교수는 "생물이 상류에서 호수로 흘러들었는지, 남극 빙상 한가운데 또는 바다에서 다른 경로를 통해 들어왔는지 밝혀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우드 교수는 "최근 물곰을 우주 공간에 두는 실험을 통해 물곰이 산소가 없는 곳에서 살아남는 이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물곰처럼 극한 환경에서 사는 생물에 대한 연구는 인류의 우주 탐사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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